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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CBS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7801 - 2023/10/27 <고구마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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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801 - 2023/10/27 <고구마 나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언니가 농사지은 호박고구마를 보내줬는데 우리 네 가족이 먹기엔 상당히 많은 양이었습니다. 오래 두고 먹기엔 마땅히 보관할 만한 곳도 없고...게다가 언니가 농사지은 거 팔아주려고 시댁에 한 박스, 친구네 집에 몇 박스, 다 보내준 터였습니다. 우선은 그냥 받아먹기 죄송해서 시골언니께 용돈을 보내 드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나눔’이었습니다. 이곳에 이사 온지 5년이 다 되가는데 딱히 이웃집에 가본 적도 없고, 그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눈인사 정도만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얼굴은 알고 지내니 그 이웃들께 나눠드리자 싶었습니다. 우리 옆집, 아랫집, 그 아래 두 집, 윗집 두 집, 맞다! 우리 동, 청소해 주시는 청소여사님께도 한 봉지. 적당한 크기의 종이 백 열개를 찾아 고구마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메모를 썼습니다. 집집마다 초인종 누르기도 그렇고..게다가 우리 윗집은 아기가 있는데 혹시 깰까봐...‘안녕하세요? 시골에서 언니가 농사지은 고구마를 많이 보내주셔서 이웃 분들과 나눠 먹으려구요. 지난주 캔 거라 베란다에 며칠 말렸다가 드시면 더 좋을 거 같아요.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그렇게 이웃집 현관 앞에 조심스레 배달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청소하는 여사님께도 고구마를 전해드리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습니다. “혹시 고구마 주신 분 맞으세요?”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고구마 사려 했다고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고구마 몇 개로 즐거운 미소를 선사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가을, 우리 이웃들도 모두 건강하고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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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 30 Oct 2023
  • 7800 - 2023/10/28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부도로 아버지는 지방으로 가시고 엄마가 저희 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고 저는 새벽에 신문을 돌렸습니다. 어느 날 신문을 가지러 나온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잠깐 집으로 들어와라." 하시기에 들어가니 김밥 3줄을 호일에 말아 주시며 동생이랑 먹으라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장애인이셨습니다. 칠판에 "일체유심조 :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 는 뜻의 글을 쓰신 후 "내가 정상적인 몸은 아니지만 마음은 지극히 정상인이다. 우리 앞으로 잘해 보자." 하시던 선생님. 그리고 2학기 초 수학여행을 가야하는데 저는 갈수가 없다고 말씀드리자 "학교에서 한반에 한명씩 무료로 수학여행 지원을 해준다고 하니 같이 가자."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 자비로 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저는 학교를 가지 않고 자동차 수리정비소에 들어가 돈 버는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불편하신 다리로 계단이 높은 저희 집에 갔다가 제가 있는 곳을 오셨습니다. "여기서 일하느라 학교를 못나왔구나! 집에가 보니 아버지도 다시 오셨고 지금 네가 고2인데 공부를 잘하니 장학생으로 그리고 대학등록금 면제가 되는 대학을 가자! 나는 너보다 더 어려운 환경이었고 한쪽발이 장애인이어서 힘들었지만 나는 더 강한 마음으로 이겨냈단다." 그렇게 저는 대학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동창이 전화로 "선생님이 암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대.”하길 래 병원으로 갔습니다. "늦게 알게 되었어요! 죄송해요." 하자 제 손을 잡으며 "많이 보고 싶었다." 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 뒤 강원도로 내려가 고구마 농사를 하시던 선생님은 매년 고구마를 저희 집에 보내주곤 하셨는데..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선생님 저를 위해 해주셨던 모든 말씀 가슴에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이경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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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 30 Oct 2023
  • 7799 - 2023/10/27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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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 30 Oct 2023
  • 7798 - 2023/10/28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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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 30 Oct 2023
  • 7797 - 2023/10/29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엄마는 굴 국밥집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늘 굴 냄새가 났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참관 수업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점심시간에 식당일이 제일 바빴기에 나는 엄마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6학년 마지막 봄, 일 학기 참관수업이었고 나는 여느 때처럼 국어 시간 발표할 시를 준비했습니다. 고마운 사람에 대한 시였습니다. 엄마에 대해 쓰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아프셨기에 엄마가 늘 일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통영에서 해산물로 장사를 하십니다. 엄마의 손이 굴과 톳으로 인해 차가운 얼음물에서 퉁퉁 부어 이제는 굵고 빨간 손이 되었습니다. 나와 동생을 키우느라 늘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나도 커서 꼭 보답해 드리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서 있는 교실 뒤에서 ‘어디서 굴 냄새가 나네. 어디서 비린내가 나. 어디야? 아유, 여기 못 있겠어.’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뒤를 자세히 보니 엄마가 서 계셨습니다. 그 바쁜 오전 시간에 엄마는 나를 보러 와 주셨던 겁니다. 엄마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선생님이 나의 번호를 부르며 발표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했고 선생님은 크게 박수를 쳐 주셨습니다.‘이렇게 훌륭한 어머님이 있기에 우리 반에 똑 소리 나는 부반장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경화 어머님께 박수’엄마는 여전히 고개를 떨 구고 계셨지만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걸. 그 후 엄마는 동생의 참관수업도 가셨고 온몸에서 퍼지는 굴 냄새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동생이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야 엄마는 가게 문을 닫으셨지만 아직도 엄마는 통영에서 굴을 까십니다. 나는 세상 어떤 두려움도 겁나지 않습니다. 우리 엄마가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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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 30 Oct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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