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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01 - 2023/10/27 <고구마 나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언니가 농사지은 호박고구마를 보내줬는데 우리 네 가족이 먹기엔 상당히 많은 양이었습니다. 오래 두고 먹기엔 마땅히 보관할 만한 곳도 없고...게다가 언니가 농사지은 거 팔아주려고 시댁에 한 박스, 친구네 집에 몇 박스, 다 보내준 터였습니다. 우선은 그냥 받아먹기 죄송해서 시골언니께 용돈을 보내 드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나눔’이었습니다. 이곳에 이사 온지 5년이 다 되가는데 딱히 이웃집에 가본 적도 없고, 그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눈인사 정도만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얼굴은 알고 지내니 그 이웃들께 나눠드리자 싶었습니다. 우리 옆집, 아랫집, 그 아래 두 집, 윗집 두 집, 맞다! 우리 동, 청소해 주시는 청소여사님께도 한 봉지. 적당한 크기의 종이 백 열개를 찾아 고구마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메모를 썼습니다. 집집마다 초인종 누르기도 그렇고..게다가 우리 윗집은 아기가 있는데 혹시 깰까봐...‘안녕하세요? 시골에서 언니가 농사지은 고구마를 많이 보내주셔서 이웃 분들과 나눠 먹으려구요. 지난주 캔 거라 베란다에 며칠 말렸다가 드시면 더 좋을 거 같아요.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그렇게 이웃집 현관 앞에 조심스레 배달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청소하는 여사님께도 고구마를 전해드리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습니다. “혹시 고구마 주신 분 맞으세요?”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고구마 사려 했다고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고구마 몇 개로 즐거운 미소를 선사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가을, 우리 이웃들도 모두 건강하고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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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30 Oct 2023 - 7800 - 2023/10/28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부도로 아버지는 지방으로 가시고 엄마가 저희 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고 저는 새벽에 신문을 돌렸습니다. 어느 날 신문을 가지러 나온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잠깐 집으로 들어와라." 하시기에 들어가니 김밥 3줄을 호일에 말아 주시며 동생이랑 먹으라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장애인이셨습니다. 칠판에 "일체유심조 :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 는 뜻의 글을 쓰신 후 "내가 정상적인 몸은 아니지만 마음은 지극히 정상인이다. 우리 앞으로 잘해 보자." 하시던 선생님. 그리고 2학기 초 수학여행을 가야하는데 저는 갈수가 없다고 말씀드리자 "학교에서 한반에 한명씩 무료로 수학여행 지원을 해준다고 하니 같이 가자."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 자비로 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저는 학교를 가지 않고 자동차 수리정비소에 들어가 돈 버는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불편하신 다리로 계단이 높은 저희 집에 갔다가 제가 있는 곳을 오셨습니다. "여기서 일하느라 학교를 못나왔구나! 집에가 보니 아버지도 다시 오셨고 지금 네가 고2인데 공부를 잘하니 장학생으로 그리고 대학등록금 면제가 되는 대학을 가자! 나는 너보다 더 어려운 환경이었고 한쪽발이 장애인이어서 힘들었지만 나는 더 강한 마음으로 이겨냈단다." 그렇게 저는 대학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동창이 전화로 "선생님이 암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대.”하길 래 병원으로 갔습니다. "늦게 알게 되었어요! 죄송해요." 하자 제 손을 잡으며 "많이 보고 싶었다." 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 뒤 강원도로 내려가 고구마 농사를 하시던 선생님은 매년 고구마를 저희 집에 보내주곤 하셨는데..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선생님 저를 위해 해주셨던 모든 말씀 가슴에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이경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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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30 Oct 2023 - 7799 - 2023/10/27 <내 삶의 길목에서>Mon, 30 Oct 2023
- 7798 - 2023/10/28 <내 삶의 길목에서>Mon, 30 Oct 2023
- 7797 - 2023/10/29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엄마는 굴 국밥집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늘 굴 냄새가 났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참관 수업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점심시간에 식당일이 제일 바빴기에 나는 엄마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6학년 마지막 봄, 일 학기 참관수업이었고 나는 여느 때처럼 국어 시간 발표할 시를 준비했습니다. 고마운 사람에 대한 시였습니다. 엄마에 대해 쓰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아프셨기에 엄마가 늘 일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통영에서 해산물로 장사를 하십니다. 엄마의 손이 굴과 톳으로 인해 차가운 얼음물에서 퉁퉁 부어 이제는 굵고 빨간 손이 되었습니다. 나와 동생을 키우느라 늘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나도 커서 꼭 보답해 드리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서 있는 교실 뒤에서 ‘어디서 굴 냄새가 나네. 어디서 비린내가 나. 어디야? 아유, 여기 못 있겠어.’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뒤를 자세히 보니 엄마가 서 계셨습니다. 그 바쁜 오전 시간에 엄마는 나를 보러 와 주셨던 겁니다. 엄마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선생님이 나의 번호를 부르며 발표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했고 선생님은 크게 박수를 쳐 주셨습니다.‘이렇게 훌륭한 어머님이 있기에 우리 반에 똑 소리 나는 부반장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경화 어머님께 박수’엄마는 여전히 고개를 떨 구고 계셨지만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걸. 그 후 엄마는 동생의 참관수업도 가셨고 온몸에서 퍼지는 굴 냄새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동생이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야 엄마는 가게 문을 닫으셨지만 아직도 엄마는 통영에서 굴을 까십니다. 나는 세상 어떤 두려움도 겁나지 않습니다. 우리 엄마가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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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30 Oct 2023 - 7796 - 2023/10/29 <저녁을 거닐다>Mon, 30 Oct 2023
- 7795 - 2023/10/24 <새로운 식구가 생겼습니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늘 24일은 결혼기념일입니다. 지난 19년 결혼기념일에는 남편이 20주년을 미리 축하하자고 홍콩의 멋진 야경과 함께 와인을 마시자 해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런데 멋진 야경은커녕 저녁엔 추워서 덜덜 떨었고 자신의 의견을 따라주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는 남편 때문에 여행 내내 툴툴거리면서 다녔습니다. 그렇게 19주년 기념일이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 될 줄도 모르는 체 말입니다. 이제 제 곁에는 툴툴거리는 남편도 없고 더 이상의 부부 여행은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아이들도 장성해서 모두 내 곁을 떠났고 남은 것은 나 자신과 새로 입양한 유기 묘 한 마리뿐입니다. 예전에 17년 5개월을 키웠던 고양이가 올해 초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한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퇴근 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디선가 뛰어와 부비부비하면서 야옹거릴 것 같고 치즈를 먹으면 자기도 달라고 야옹거리는 것 같아 한동안 치즈도 못 먹었습니다. 그렇게 열 달이 지났고 새로운 고양이가 지난번 아이처럼 비 오는 날 저에게 왔습니다. 미미가 보내준 아인가봅니다. 아직 어린 고양이는 구석에 숨어 누가 오는지 확인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합니다. 오늘은 결혼한 지 36년 되는 날이지만, 이젠 옛 추억으로 간직하고 예쁜 것들만 기억하며 새로 우리 집에 온 “나비”와 함께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기로 했습니다. 나비야 엄마랑 오래오래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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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 27 Oct 2023 - 7794 - 2023/10/25 <교실에 할매 잔소리가 생중계 되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수업 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당황해서 스피커를 눌렀다
할매 목소리가 교실에 생중계됐다
핸우가? 할매다
와 말을 안하노? 여보시오, 여보시오
스피커를 끄려고 하자 선생님이 말렸다
애들이 킥킥댔다
나는 할매한테 끊으라고 속삭였다
안 들린다, 더 크기 말해라
니 아침에 타닝매까통가 뭐시기 안사 준다꼬
삐끼가 밥도 안 묵고 내뺐제?
자꾸 그카믄 우짜노
할매가 니 좋아하는 쏘세지 넣고
도시락 싸 왔다, 나온나
배고플 낀데 요거 묵고 해라
애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수업시간이야, 끊어
맞나? 잘됐네. 그카믄 선상님 좀 바까 봐라
선생님이 손을 내밀었다
활짝 웃으며 상냥하게 전화를 받았다
나는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
우리 핸우 땜시 선상님 애 마이 묵지요
죄송합니대이
철이 없어 그카지 나쁜 아는 아이라요
잘못하면 막 뭐라 카이소
잘 부탁드립니대이
선상님만 믿겄십니대이
할매는 지금 통화하면서 꾸벅꾸벅 절할 게 틀림 없다
아, 할매 때문에 창피해 미치겠다
식은땀이 흐른다
네네, 현우 할머님 잘 알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건강하셔야 해요
선생님은 미소를 띤 채 휴대폰을 돌려준다
난 이제 죽었다 생각했는데,
아니다
현우는 좋겠네
이렇게 걱정해 주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하고는
얼른 나가보라고 손짓한다
나는 교문 쪽으로 달음박질쳤다
교문 앞에서 할매가 도시락을 흔들며
함박 웃는다
창밖으로 애들이 얼굴을 내밀고 팔을 흔들며
함성을 지른다
우리 할매 오늘 스타 됐다
갑자기 눈이 맵다
코도 맵다
에잇, 이따 집에 가서
할매한테 한바탕 퍼부을 거다
정연철 시인의 <교실에 할매 잔소리가 생중계 되다>
세상에 치고, 사람이 미운 그런 헛헛한 날엔
나만을 바라봐 주고 위해주는 마음이 그리워집니다.
할머니처럼 촌스럽고, 투박해도 한없이 푸근한 마음,
잔소리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사랑도 말이지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Fri, 27 Oct 2023 - 7793 - 2023/10/24 <흔들흔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달걀을 깔끔하게 깨려면 흔들흔들
서너 번 좌우로 흔들어서 달걀 막이 껍질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대
신발을 잘 신으려면 뒤집어서 흔들흔들
신발을 침대로 삼고 자던 녀석들을 깨워 내보내야 한다네
사람을 얻으려면 흔들흔들
마음을 흔들어 이 사람 좀 괜찮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는군
흔들흔들 흔들 생각은 흔들의자가 없어도 될 거야 우린 흔들리게 태어났으니까
일단 몸을 흔들흔들 음악이 있으면 더 좋겠지 흔들흔들 마음도 흔들흔들
네가 흔들리는 건 당연해 나도 흔들려 우린 흔들려
목이 엉덩이가 팔이 다리가 가만있어야 한다면 얼마나 갑갑하겠니
김미희 시인의 <흔들흔들>
종종 마음이 흔들릴 때면
세상은 왜 날 가만두지 않는 걸까 원망이 앞섭니다.
시간에 맡겨두면 괜찮겠지 했는데 또 흔들릴 때면
결국 의지가 약한 거라며 스스로를 탓하게 되죠.
고장 난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이 깊어질 땐,
애당초 흔들리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흔들흔들, 마음의 중심을 잡아가는 게 삶이니까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Fri, 27 Oct 2023 - 7792 - 2023/10/26 <당신과 함께 하는 가을>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가을이 오면
붉게 물든 단풍잎처럼
뜨거운 정열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중년의 빈 가슴에
가을빛으로 찾아오는 당신은
이른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의 향기보다
언제나 누이처럼
고운 자태로 피어난 국화의 향기보다
더 향기로움으로 다가오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가을에는
한 줄기 바람에 떨어지는
외로운 갈색의 낙엽보다도
가슴을 붉게 물들이는
가을빛 단풍이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까닭은
당신과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박태규 시인의 <당신과 함께 하는 가을>
고독함에 파묻혀 세상이 무너진 듯
가을을 타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줘요.
이 가을, 너와 함께여서 참 좋다고.
그 한마디가 작은 모닥불이 되어
식어가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거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Fri, 27 Oct 2023 - 7791 - 2023/10/25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랜만에 언니네 집에 갔습니다. 언니네 집은 한적한 주택가였는데 근처에 소아과병원이 생겨 병원 앞 도로와 골목길까지도 차량이 넘쳐났습니다. 조금이라도 가깝게 주정차를 하려는 차량으로 양방향소통이 안됨은 물론이고 내리고 타는 어린이와 보호자들로 아주 복잡했습니다. 겨우 병원 앞 큰 골목을 빠져나와 언니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들어섰습니다. 언니 집은 골목 맨 끝집. 주차도 아주 요령이 필요한 곳인데 길에 들어서자 앞에 걸어가고 계신 어르신이 보입니다.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따라갔습니다. 행여 차 소리에 놀라실까 조심했는데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울 아버지는 참 건강하셨고 70대 중반까지 손수 운전을 하고 다니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이제 순발력이 떨어지는 거 같다고 운전대를 놓겠다고 선언을 하셨습니다. 그날 난 맘이 참으로 슬펐습니다. 울 아버지가 이제 정말 늙으셨다는 걸 실감한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94세에 먼 나라로 떠나셨는데 앞서 걸어가시는 어르신의 뒷모습에서 아버지 생각이 난 것입니다. 골목 끄트머리쯤에서 머리가 아주 하얗고 고운 할머님이 손짓을 하고 소리를 치시는데 아마도 어르신께 빨리 길을 비켜주라는 거 같았습니다. 그러다 할머님이 달려 나오시더니 할아버지 손을 끌며 내게 고개를 숙이십니다. 주차를 하니 두 분이 손을 꼬옥 잡고 나를 바라보며 어디 왔냐고 물으십니다. 언니집이 여기고 동생이라고 말씀을 드리자 고맙다며 또 고개를 숙이시는데 참 송구했습니다. 미안하실 일도 고마워하실 일도 아니고 천천히 안전하게 걸으시는 뒤만 따라왔다고 오히려 면구스러워하니 내게 마음이 고맙다고 하셨다. 언제 부터인지 매일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살았는가, 그래봐야 몇 분 차이 안 나는 시간 속에 갇혀 살았단 생각이 들며 이제는 더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잠깐의 시간동안 울 아버지 생각도하고 여유 있는 마음도 먹고, 어르신 내외가 내게 주신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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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 27 Oct 2023 - 7790 - 2023/10/26 <내 말 좀 들어봐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내 삶의 길목에서> 10/26
>> Up&Down <내 말 좀 들어봐요>
멀리 계시는 친정엄마랑 통화를 할 때면 속이 탑니다. 자주 통화를 하지만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고 제 목소리만 커집니다. ‘엄마, 식사 하셨어요? 엄마, 식사 하셨냐구요?’ 애들은 밥 챙겨줬니? 애들은 뭐 하니?’‘엄마, TV 소리 좀 줄여요. 아니, 세상에 TV 소리를 얼마나 크게 틀어 논 거예요?’ 방에 있던 애들이 나오더니 ‘엄마, 누가 들으면 외할머니랑 싸우는 줄 알겠어. 엄마 목소리가 더 커. 외할머니 귀 아프시겠어요.’ ‘아니, 외할머니가 귀가 안 들리셔서 큰일이다. 보청기를 하자고 해도 쓸모없다 하시고 저렇게 혼자 당신말만 하고 계시니...’‘엄마, 그래도 모르니까 한번 보청기 알아봐요. 일단 해보고 아니면 안 껴도 괜찮으니까 보청기 하러 갈까요? ’‘아이구 참, 외할머니 어쩜 좋으니’ 통화를 끝내고 넋두리를 하고 있는데 큰애가 웃습니다. ‘엄마, 외할머니는 귀가 안 좋아서 잘 안 들리시지만 엄마는 귀도 좋은데 왜 엄마 것만 듣고 내 말은 잘 안 들어? 왜 내말은 끝까지 안 듣고 나중에 딴소리를 하는지...참 아이러니 하죠?’ 기가 막혀서 웃었습니다. ‘내가 언제’‘엄마 자신이 더 잘 알겠죠. 상대방의 말을 자기 필요한 것만 듣고 나머지는 흘려듣는 거...’‘아니 엄마같이 너희들 말을 잘 들어주는 엄마가 어디 있다고,’ 옆에 있던 남편도 씩 웃습니다. ‘아니, 외할머니 걱정하고 있는데 왜 엄마한테 화살이야?’ ‘아니 지금 상황이 외할머니랑 엄마 상태가 비슷해보여서...누군가는 외치고 있는데 계속 당신 것만 말하고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 안타까워서...’저도 모르게 꼬리가 내려집니다. 넉넉한 마음 갖기가 힘든 각박한 현실입니다. 잠시 쉼 호흡 한 번 하면 될 텐데 뭐가 그리 조급한지...애들 하소연에 저를 다시 돌아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 잘 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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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 27 Oct 2023 - 7789 - 2023/10/23 <가을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문득 쳐다본 가을산이 저물고 있다
상처입은 단풍잎 몇 몸에 매단 채
어둠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가을산의 섭리와는 달리
인생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묘미다
또한 이것이 불가능한 사랑을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에 패배가 있듯이
인생에도 패배는 있는 법이다
앙상한 뼈가슴을 드러낸 채
산이 오늘 어둠속에 묻혀도
내일이면 한낮의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별이 산 위에 뜬다
김용락 시인의 <가을산>
인생의 계절은 누구나 같지 않아서
차디찬 겨울이 긴 사람도 있고,
외로운 가을이 오고 또 오는 사람도 있지요.
비록 오늘은 패배감에 고개를 숙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인생의 봄날은 꼭 올 거예요.
앙상한 나뭇가지에 별꽃이 핀 가을 산처럼
희망의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법이니까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on, 23 Oct 2023 - 7788 - 2023/10/23 <타인능해>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문득 고택의 향기를 느끼고 싶어 구례 운조루로 향했습니다. 유물 전시관 앞에 주차하고 내리니 몇 걸음 가지 않아 연지 연못이 보입니다. 연못에 잠시 머물렀던 발길을 고택으로 돌리니 우뚝 솟은 대문은 지리산의 끝자락을 향해 열려 있고 대문 곁 행랑채엔 누구나 사용해도 좋다는 '타인능해他人能解' 라는 글귀가 새겨진 커다란 뒤주가 보입니다. 대문 양옆으론 서 행랑과 동 행랑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에선 종종거리며 오갔을 하인들의 모습과 고택을 방문했던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음을 눈으로 짐작해 봅니다. 마당 오른편의 커다란 앵두나무는 가을 고택의 고즈넉함과 더불어 노란 화관을 뒤집어쓰고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었습니다. 찻잔이 놓여 있는 사랑채에선 누군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지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새어나옵니다. 그 소리마저도 한 폭의 수채화였습니다. 사랑채를 뒤로 하고 안채로 들어가 마루에 앉으니 나 역시 종갓집 며느리여서 그런지 편안했습니다. 맞은편의 장독을 바라보니 올해 여든 여덟이신 종부는 긴 세월 쉼 없이 일해야 했던, 겹겹이 고단함과 희로애락을 장독을 윤기 나게 닦아내므로 풀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어서 나의 발걸음은 굴뚝에 머뭅니다. 밥 짓는 연기가 빠져나가 굶는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굴뚝마저 낮게 만든 깊은 배려의 마음이 각종 변란과 환란 속에서도 위기를 비켜가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부자란 어떤 것인가? 낮은 담장 위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날던 새도 돌아온다는 운조루. 채움보다는 비움의 가치가 더 큰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낀 가을날의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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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23 Oct 2023 - 7787 - 2023/10/20 <외가 집 방문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머니를 가끔 차로 출근시켜 드릴 때 항상 외가인 경주를 한번 가봐야 하는데..하며 이야기 하셨습니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우리 집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외가 친척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머니 모르게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그렇게 외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먼저 대구로 가 큰 이모 댁 근처에 다다르니 벌써 이모부가 마중 나와 계셨습니다. 큰 이모는 '뭐 하러 이 먼 곳까지 왔느냐?' 손을 덥석 잡으며 저와 어머니를 거실로 안내하셨습니다. 이모와 이모부에게 이제 온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안부인사로 큰절을 올렸습니다. 큰이모와 어머니는 여느 자매처럼 서로를 챙기는 마음이면서도 겉으로는 무뚝뚝한 표현들을 나누고 계셨지만 말미에는 언제 또 보겠냐면서 헤어짐을 아쉬워 하셨습니다. 그리고 경주 외가 집으로 향했습니다. 경주터미널에 도착한다고 하니 큰 외삼촌도 터미널로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경주 외가 집은 예전의 겉모습이지만 집안은 새로 리모델링해 전혀 시골집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외삼촌은 소를 키우셨는데..축사에 설치된 카메라로 축사의 상황을 집에서 모니터링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IT기술의 발전을 경주 외가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울산 작은 외삼촌에 안부전화를 하니 울산에서 묵고 가라고 경주까지 차를 몰고 오셨습니다. 맛 집 투어도 하고 바다구경도 하고..몸이 편찮으신 큰 이모 병문안도 하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산소에 인사도 드리고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친척 분들께 인사도 드렸습니다.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며칠 동안 저와 어머니를 따듯하게 맞아주신 외가 친척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메시지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외가로 부터 받은 많은 관심과 격려에 제가 보답하는 길은 어머니를 잘 모시는 것이라 생각하며, 차후에 시간 내어 다시 외가 집을 찾아뵙겠다고 전하였습니다. 그렇게 2박 3일간의 외가 집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니 그동안 밀린 숙제를 마친 듯 시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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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2 Oct 2023 - 7786 - 2023/10/21 <앞으로 잘 하겠지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 Up&Down <앞으로 잘 하겠지요.>
바쁘고, 힘들고 시끌벅적했던 시간들이 다 지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이 참 좋습니다. 창가로 들어오는 맑은 햇살도 좋고 은은한 커피 향도 좋고.. 많지도 않는 우리 가족 식탁에 둘러 앉아 밥 같이 먹은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바빠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지난 연휴에 딸래미가 가족 여행을 계획해서 갔다 왔습니다. 여행은 좋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남편이 우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좋으련만 말의 싹을 끊어버리니 말을 하던 아이들도 입을 닫아 버립니다. 내가 중간에서 억지로 이어보지만 나도 슬슬 짜증이 납니다. 그래도 나까지 입을 닫아 버리면 모처럼 온 여행이 엉망이 될 것 같아 억지웃음을 지어가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불편한 여행을 다녀와서 아이들은 각자의 생활터전으로 올라가고 남편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 까 생각 하다 이런 말은 빙 둘러 하기 보다는 직선으로 말을 해야 될 것 같아 막걸리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돼지고기 듬뿍 넣은 얼큰한 김치찌개를 해서 남편과 식탁에 앉아 이번 여행 어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가서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같은 말이라도 너무 막무가내로 내 생각만 이야기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이 어떤지 한번이라고 생각해가며 말을 해주면 좋겠다 고 했더니 이 남자,,,,,순순히 알겠다 라고 하는데 괜히 나 혼자만 마음 졸였나 싶습니다. 우리 남편 앞으로 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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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2 Oct 2023 - 7785 - 2023/10/22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며칠 전 아침...운전하고 나가는데 아파트 앞 학교에서 마이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호대기 중에 울타리 사이로 잠깐 보니 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3~4 학년쯤으로 보이는 남. 녀 어린이들이 배턴을 잡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니 저의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가 떠올랐습니다. 옛날 시골 학교 운동회는 온 동네 잔치였습니다. 가을철이라 바쁘지만 잠시 일손 멈추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동네 사람들은 학교로 모임니다. 부모님들은 마스게임도 보고 기마전도 보면서 박수도 치고 달리기를 할 때는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가 달리기를 잘 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달리기만 하면 1등을 했습니다. 달리기 1등을 하면 공책 3권, 2등은 2권, 3등은 1권을 받았는데 저는 1등만 하다 보니 공책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운동화도 신지 않고 모두 맨발로 뛰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발이 아팠을 텐데 어떻게 달렸는지 참 신기합니다. 마지막 행사로 마을 대항 달리기 대회가 있었습니다. 남. 녀 선수 4명씩 출전해서 운동장 한 바퀴 달리기를 하는데 마을 어르신들의 응원이 대단 했지요. 저 또한 마을 선수로 출전해서 동네 언니 오빠들과 뛰었습니다. 언니 오빠들은 중. 고등학생 이었고 저는 초등학교 4학년 이었는데 어른들이 달리라고 해서 달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합니다.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하면 그날 밤 동네는 잔치가 벌어집니다. 북치고 꽹과리 치고 마을을 돌면서 신나 하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무뚝뚝하고 무서웠던 아버지도 막걸리 한 잔 드시고 우리 딸 잘했다고 좋아하시던 모습 또한 눈에 선합니다. 넓은 운동장 만국기 아래 청군 이겨라 백군 이려라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던 선배, 후배, 친구들~~~운동장 가장자리 느티나무 아래서 축제처럼 즐기시던 동네 어른신들~~~내 삶의 길목에서 뒤돌아보니 어린 시절 가을 향기 듬뿍 품은 아름답고 멋진 풍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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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2 Oct 2023 - 7784 - 2023/10/20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했고 곁에 있었습니다
저녁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
당신의 그림자 곁에 서서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바람 같은 것임을
저는 생각합니다
웃옷을 벗어 어깨 위에 걸치듯
견딜 수 없는 무거움을 벗어 바람 속에 걸치고
어두워오는 들 끝을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저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랑을 잃은 그대여
당신 곁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신 곁에 없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별빛 하나쯤은 늘 사랑하는 이의
머리 위에 떠있듯
늦게까지 저도 당신의 어디쯤엔가 떠 있습니다
더 늦게까지 당신을 사랑하면서
비로소 나도 당신으로 인해 깊어져감을 느낍니다
모든 이들이 떠난 뒤에도 저는 당신을 조용히 사랑합니다
가장 늦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등을 돌려도
은은한 미소로 묵묵히 바라봐 주세요.
깊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땐
잡은 손을 더 꼭 잡아 주세요.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 주세요.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말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Sun, 22 Oct 2023 - 7783 - 2023/10/21 <그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삶의 여백에 채울 수 없어
눈물로 그 누군가를
그려 넣는 것도
행복입니다
너나없이 우리 서로서로가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삶의 강에 물안개처럼
사붓사붓 피어나는
그리움은 풀잎에 맺힌
새벽이슬 같습니다
누군가를 그 누군가를 위해
가슴 한편을 비워 둔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향기입니다
그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이미 가슴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주응규 시인의 <그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긁다’가 ‘그리다’가 되고,
다시 ‘그리움’이 되었다죠.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건
오래전 긁힌 흔적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가을이 되면 그 흔적들이
내 얘기도 들어달라며 아우성을 칩니다.
그러니 해마다 그리움이란
지독한 가을 몸살을 앓을 수밖에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Sun, 22 Oct 2023 - 7782 - 2023/10/22 <저녁을 거닐다>Sun, 22 Oct 2023
- 7781 - 2023/10/19 <딸이 아버지와 친해지는 방법>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릴 적에는 늦게 들어오고 술만 드시고, 소리만 지르는 아버지가 무섭고 싫었습니다. 특히 아빠라는 단어에서 아버지라는 단어로 바꿔 부르기 시작할 즈음에는 아버지도 아재가 되어 모든 행동들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더욱 아버지가 싫고, 딸인 저와의 사이는 더욱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친구들이 어쩌다 아빠랑 손을 잡는다거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혼자 속으로 의아해 했습니다. 집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늘 말수가 없고 집안 살림을 위해 돈을 벌어다주는 존재로만 여겨졌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제 50이 되다보니 아버지의 행동들이 하나하나 이해가 되며 아버지 인생이 불쌍하고 이젠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을 먹다 흘리는 아버지를 보고 속으로 아이고 칠칠맞게 밥을 흘리나? 했었는데, 이젠 저도 모든 기관이 약해져서인지 밥을 먹을 때 사래도 잘 걸리고 가끔은 말하다가 침도 흘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제 의견은 무시하고 아버지 의견대로만 해서 억울했는데, 어느 날 제 아들의 일기장을 보니 제가 아들의견은 죄다 무시하고 엄마인 제 의견만 들으라고 하고 있더라고요. 그 뿐이 아니라 아버지는 핸드폰 사용법이나 스마트뱅킹 사용법을 알려드려도 알아듣지 못해 답답하기만 했었는데...이젠 제가 햄버거가게를 아들과 같이 가도 키오스크 사용법 앞에서는 뭐 부터 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더라고요. 올해 50이 되는 저는 노안이 오고, 근육이 약해지고, 후각이 약해지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연민의 감정이 생깁니다. 그러면서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아버지 간식거리도 사다드리고, 핸드폰 사용법도 더 친절히 알려드리게 되었네요. 내일은 아버지와 함께 손잡고 집 앞에 있는 공원 산책도 나가보렵니다. 이렇게 나이 든 딸은 이제 서야 철이 들고 아버지와 친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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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9 Oct 2023 - 7780 - 2023/10/18 <새로 온 아르바이트 생>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둘째 아들 녀석이 2학기 중간고사 시험이라 집에 일찍 오게 되었습니다. 열 공하는 아들 녀석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아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사려고 퇴근길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들! 햄버거를 사려고 하는데 치킨 버거 살까? 아니면 불고기 버거 살까?”“형하고 동생에게 물어본 다음에 문자로 보내 드릴게요.” “그래, 엄마도 어떤 것을 먹고 싶은지 빨리 보내주렴.”버스를 기다리는데 도착한 문자에는 형은 치킨 버거 세트. 동생은 불고기 버거 세트, 엄마는 치킨스낵 랩과 사이다. 저는 치즈 버거 세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집 앞 햄버거가게에 가서 휴대폰을 꺼내 아들 녀석이 문자로 보내온 워딩을 그대로 점원에게 읽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저 매번 햄버거를 사고 카드만 주고받던 가게였는데 그날은 뒤쪽을 향해 큰 목소리로 “치킨버거 하나, 불고기 버거 하나, 스낵 랩 하나, 치즈 버거하나요.” 라고 합니다. 그러자 뒤쪽에서 “땡큐.”라고 하네요. 그리고는 아르바이트 여학생은 “오늘 저녁은 저녁으로 햄버거를 드시나 봐요. 가족들은 좋으시겠네요.” 라며 낯설음 없이 말을 건네는데 신선하기도 하고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주문한 햄버거를 기다리며 그 아르바이트 여학생을 계속 주시하며 봤습니다. 다음 손님에게도, “치킨을 많이 사가시네요. 오늘 가족 중에 생일 맞으신 분이 계신가 봐요?” 그리고는 뒤에다 큰 목소리로 “오늘은 특별히 어제보다 맛있게 해 주세요.” 라고 하자, 뒤에서도 “땡큐.”합니다. 뭐랄까? 그 아르바이트 여학생 한명으로 가게 전체가 생동감이 넘친다고 할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깃털처럼 제가 하늘을 나는 것 같고, 뭔가 말 못할 행복 같은 그런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그 햄버거 가게에 그 아르바이트생이 오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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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9 Oct 2023 - 7779 - 2023/10/19 <어디로 가야 하나>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쳇바퀴 돌듯 억 겹의 세월
털어 내지 못한 많은 삶에
잔상들이 목 놓아 흐느낍니다
스쳐 간 많은 날의 눈물이
가슴에 타고 남은 재가 되어
이제는 아픔도 무뎌져만 갑니다
가슴 아파지는 추억 저편에
내 마음에 너를 묻을 수 있다면
지는 낙엽 보며 울지 않았겠지요
길 나서면 오라는 곳은 없어도
어디론가 한없이 떠나고 싶은데
갈 길 몰라 이정표 앞에 서성입니다
성경자 시인의 <어디로 가야 하나>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떨어지는
마른 나뭇잎을 보니 쓸쓸함이 밀려옵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일
마음에서 밀어내야 했던 인연
영혼을 콕콕 찌르는 가시 같은 기억들
가을 감성에 지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낙엽에 길을 잃고 추억 속에서 서성이는 걸 보니
올해도 가을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hu, 19 Oct 2023 - 7778 - 2023/10/18 <내 눈에 콩깍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인연이란 것이 참 묘하다
사진만 보고도 첫눈에 반하고
눈 덮인 하얀 초가집처럼 따뜻한
평생 같이 살아도 행복할 사람
제 눈에 안경이라
구겨진 옷을 입어도 멋지고
수염은 덥수룩해도 멋있는
짜장면 한 그릇을 먹어도
둘이라면 행복한 순간들
남산에 많은 계단도 폴짝폴짝
사랑에 눈이 멀어서 선택한 사람
둘이 서로 눈이 마주치면
눈에서 사랑의 큐피드가 날아간다
지금은 아이들은 다 떠나보내고
등 긁어주고 아픈 다리 주물러주고
서로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면서
나머지 인생도 콩깍지가 벗겨질 때까지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남원자 시인의 <내 눈에 콩깍지>
나만 볼 수 있는 매력이
수십 가지는 되던 사람이었건만,
부대끼며 살다 보니
매력은커녕 안 맞는 이유만 수백 가지.
그런데 그거 아세요?
콩깍지가 벗겨졌음 것도 못 찾을 거예요.
전우애도 의리도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걸요.
그러니 콩깍지 탓 말고 알콩달콩 살아요.
내 눈에만 이쁜 내 편,
유일한 내 사람과 말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hu, 19 Oct 2023 - 7777 - 2023/10/17 <무엇을 심고 가꿀 것인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행복을 그리는 자는 행복을 따고
슬픔을 그리는 자는 슬픔을 담고
사랑을 심는 자는 사랑을 거두고
화평을 심는 자는 평안이 다가오지요.
무엇을 심을 건가는 오직 본인 몫
인생이라는 큰 밭에
씨앗을 뿌린다면
튼실한 열매를 거두거나
쭉정이를 거두거나
심고 가꾼 농부의 생활습관
어떤 이는 울다가고
또 어떤 이는 후회하다가고
어떤 이는 잘살았다 웃으며가고
어떤 이는 감사로 간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심으며 살았는가.
그에 맞는 황혼이 지는 것을 본다.
박근철 시인의 <무엇을 심고 가꿀 것인가>
마음 밭에 미움을 뿌렸는데
사랑이 솟을 리 없고,
슬픔이 가득한데
즐거움이 피어날 리 없지요.
가을엔 잡초처럼 무성한
모난 마음과 걱정들을 뽑아내고
고마움 하나, 사랑 하나,
그리고 미소 하나를 심어야겠습니다.
삶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겨울처럼 시린 날이 와도
마음 밭엔 언제나
예쁜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말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17 Oct 2023 - 7776 - 2023/10/17 <양력생일>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침청소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서 핸드폰을 여니 무지하게 많은 문자와 메시지가 들어와 있습니다.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선배님! 항상 건강하세요.” “축하해! 건강해!” 여러 곳에서는 아마도 당연히 양력으로 생일을 기억하지요. SNS 둥에서 저에게 많은 축하인사를 주고 친한 분들에게서도 개인적인 축하를 받으니 아침 일에 흘린 땀이 가시면서 기분이 몹시 상쾌해 집니다. 하지만 음력생일을 쇠어온 저에게는 그냥 평범한 하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축하에 대해 “고맙습니다. 저는 음력생일을 쇠지만 축하에 감사드립니다.”는 답신을 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제 주변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양력생일을 지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들은 대부분 저보다 젊거나 처음부터 양력으로 지낸 분들이지요. 최근에는 음력생일이라고 뭐 딱히 특별한 이벤트 같은 것은 안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집사람은 꼬박 미역국에 흰 쌀밥 그리고 불고기를 챙겨줍니다. 너무 고맙지요. 어머님이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똑같이 해주셨을 겁니다. 제 음력생일은 시월 열엿새 보름달 하루 지나 훤히 밝은 달빛이 항상 생일을 밝혀주었지요. 추분이 지나고 벌써 상강이 다음 주네요. 오늘따라 25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문득 그립습니다. 오늘은 퇴근 후 집에 가서 밤하늘의 별들을 한 번 우러러 봐야겠습니다. 가을하늘의 별들 속에서라도 어머님얼굴을 찾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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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17 Oct 2023 - 7775 - 2023/10/16 <큰언니의 인생 스토리>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큰언니, 작은 언니와 함께 근교에 화담 숲을 다녀왔습니다. 지난봄에도 다녀왔던 곳이지만 가을의 정취는 또 다른 느낌이었고 리조트의 바깥 풍경 또한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세 자매가 옛 추억을 소환해 수다 삼매경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는데 너무 행복했습니다. 큰언니는 형부는 한동네 선후배 사이였고, 학창 시절부터 형부가 언니를 좋아해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건 작은언니와 저는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하긴 우리 언니들이 한 미모 하거든요. 그 때는 연애라는 건 꿈도 못 꿀 때였으니.. 그러다 보니 저희 친정아버지와 엄마는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큰언니의 일이 사건이 아닐 수가 없었죠. 그렇게 힘들게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큰언니의 마음속엔 늘 서울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그래서 형부를 설득시켜 끝내 공무원이란 직업으로 평생을 살게 만들었고, 그토록 원했던 서울로 이사도 하는 쾌거를 이룬 셈이죠. 큰언니는 여성스러움보다는 여장부다웠기 때문에 추진력 하나만큼은 대단하죠. 부부는 반대로 만난다는 말, 저희 큰언니를 보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저희 큰 형부는 심성이 고우시고 여린 분이셨거든요. 안타깝게도 몇 년 전 지병으로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인자하심과 자상함이 늘 몸에 배어 있던 그런 분이셨고 저희에겐 부모님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형부를 잃은 슬픔이 더 컸습니다. 부창부수라고, 언니도 형부도 항상 자신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삶을 사신 탓인지 조카들도 다 잘 되고, 지금은 경제적인 면에서나 그 어떤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없어,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형부의 빈자리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사랑하는 언니들! 내 언니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우리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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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16 Oct 2023 - 7774 - 2023/10/16 <인생>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인생 뭐 별거냐고
술 한잔에 벌건 얼굴로
허허롭게 웃어 넘기고
빈 가슴을 크게 노래 불러 채우더라
인생 그거 별거더라
고뇌의 바다요
고통의 바다더라
누군가 슬피 울면 슬픔이더라
용감한 척
용기 있는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래도 무서울 땐 오금이 저려지더라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고
고통과 고뇌와 친구하며
살아보니 살겠더라 별거 아니더라.
김영수 시인의 <인생>
사는 일은 늘 어려워, 아무리 센 척 해봐도
늘 두렵고,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아요.
그래도 아닌 척, 다시 부딪혀 봐야죠.
돌아볼 순 있어도 되돌릴 수 없는 게 인생이니까.
고비를 넘기고 시간이 흘러 연륜이 쌓이면,
그래, 별거 아냐~하는 마음의 여유도 생길 거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on, 16 Oct 2023 - 7773 - 2023/10/14 <그 누군가인 분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녁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파트 뒷동에서 비상벨 소리가 계속 들려옵니다. 뭐지 오작동인가? 잘못된 건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안가 소방차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오작동이 아닌가보다 창밖을 내다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보니 만원이라는 경고문이 떠있습니다. 계단 쪽의 문을 열어보니 위층에서 한사람이 내려오고 있는데 옆 동에서 불이 난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일인지 내려가 본다고 했습니다. 부랴부랴 나도 내려가는 중에 지하1층 주차장에서 연기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집으로 올라와 가족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남편이 들어오면서 지하1층 주차장에서 자동차에 불이 나서 지금 진화중이고 이제 거의 꺼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창문 밖으로 매캐한 냄새도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소방차 불빛이 보여 마당으로 내려가 보니 그때까지도 정리 중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여쭤보니 자동차 한대가 불탔고 이제 다 정리가 됐다고 하셨습니다. 올라오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편안히 일상을 보내는 데는 참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구나. 저렇게 힘든 일을 늘 해주시는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고하신 소방관분들과 다른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 일상을 보내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은 저녁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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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15 Oct 2023 - 7772 - 2023/10/13 <고마운 사람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배달을 부탁하고 왔는데, 엘리베이터에 "점검으로 운행이 중단됩니다." 라는 메모가 붙어 있습니다. 배달이 안 되는 우유랑 고기가 들어있는 장바구니를 들고 14층까지 올라가려니 참 난감했습니다. 몇 층 올라가다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잠시 쉬고 있는데 "1층 아직 멀었지요?" 하고 할머니가 물으십니다.“네. 엘리베이터 수리중인가 봐요." "병원에 가려고 나왔는데, 어지러워서 내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할머니를 부축하고 1층까지 내려왔는데, 택배 기사님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정전이라 엘리베이터 운행 안 되는데 경비실에 맡기시지요." "집 앞까지 가져다 달라 시네요." 하며 뛰어 올라갑니다. 누군지 참 어이가 없고, 밉기까지 했습니다. 겨우 겨우 집에 와서 마트에 전화를 했습니다.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운행 안 되니까 배달시킨 물건 나중에 가져다주세요! 점검 끝나면 다시 전화할게요" "이런 얘기 해주시는 분들 없어요! 늦는다고 독촉 전화만 받다가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씩이나 받으려니 참 쑥스러웠습니다. 당연한 듯 누렸던 편리함에 너무 익숙했던 탓인지, 오늘 새삼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계단을 오르내리며, 청소하시는 여사님! 궂은 일 찾아서 정리하시는 경비 아저씨! 주문한 물건들 배달해 주시는 기사님!.. 드디어 수리가 끝났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평소에는 잘 듣지 않던 안내 방송까지 참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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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15 Oct 2023 - 7771 - 2023/10/13 <혼자 울 수 있도록>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혼자 울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기로 한다
모른 척 다른 데 바라보기로 한다
혼자 울다 그칠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다 웃을 수도 있도록
나는 여기서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보기로 한다
혼자 울 때
억울하거나 초라해지지 않도록
때로 혼자 웃으며
교만하거나 배타적이지 않도록
저마다 혼자 울어도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을 누군가
어디선가 지금 울음 그쳤을 누군가
어디선가 이쪽 하늘을 향해 홀로 서 있을
그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하여
혼자 있음이 넓고 깊어질 수 있도록
짐짓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주는 생각들
멀리서 보고 싶어하는 생각들이
서로서로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도록
이문재 시인의 <혼자 울 수 있도록(오래된 기도3)>
누군가 힘겨워하는 모습에도 조언이나 도움보다
기대어 울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고,
그냥 내버려 둬야 할 때가 있지요.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길 때까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그 사람이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말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Sun, 15 Oct 2023 - 7770 - 2023/10/15 <문경 주흘산을 다녀와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경북 문경에 있는 주흘산을 다녀왔습니다. 산을 좋아해서 산악회 가입을 하고 두 번째 산행이었습니다. 가기 전에 903개 계단이 있어서 만만치 않은 산이라 제법 긴장을 많이 했지요. 계곡에 물이 많고 맑아서 물소리가 청아하다 못해 우람하다는 생각도 했으나 습하고 더워서 더 힘들었습니다. 거의 달리다시피(?) 한다는 1조는 따라갈 엄두도 못 내고 그나마 천천히 오른다는 2조를 따라서 시작한 산행. 첫 산행이라는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나누며 시작했지만 힘드니까 갈수록 말은 줄어들고 헉헉 소리가 절로 납니다. 쉬며 가며 중간 중간 과일도 먹고 초콜릿도 먹고, 에너지 충전을 하면서 가긴 하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드디어 공포의 903개 계단을 오르고 주봉에 도착했습니다. 주봉 1076m 인증사진을 찍고 냉커피 한 잔을 하는데, 아휴 이래서 올라왔지 싶네요. 이제 또 내려가야지요. 무릎 보호대 하고, 스틱도 사용하면서 천천히 내려가지만 역시나 하산 길은 오르는 것보다 훨씬 힘든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산 후 다시 식당에서 만났는데 다들 “괜찮아?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많이 힘들었구나?!‘ 그럽니다. 에궁. 이번 산행으로 다시 한 번 느낀 게 있습니다. 산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고...체력 과신하지 말고, 겸손하게 갈 수 있는 곳 까지만 가고,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한다고...온 몸에 근육통이 생겨 집에 와서는 파스를 붙이고, 찜질팩을 하고도 앉고 일어날 때 ‘에구구’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부디 산을 오를 때는 자신의 체력에 맞게 겸손하게! 스틱 쓰면서 조심히 안전하게 하산들 하시길.. 이번 산행으로 절실히 느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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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15 Oct 2023 - 7769 - 2023/10/14 <마음이 예뻐지는 가을>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굴에 달라붙는 햇살이 따뜻해서 좋습니다.
가을 하늘에 뜬 흰 구름을 바라만 봐도 좋습니다.
옷깃을 스치는 가을바람도 싫지 않아 좋습니다.
설명으로 참 곤란한 크나큰 시련들 때문에
매실매실한 내 심장이,
이렇게 내 마음을 예뻐지게 해서,
내 마음은 아름다운 붉은 단풍의 색깔이 됩니다.
이렇게 마음이 예뻐지는 가을날,
서러운 마음들이 잊혀 져서 좋습니다.
꾸겨진 마음이 활짝 펴서 좋습니다.
볼때기에 가을 냄새가 스쳐 가을이 정겨워 좋습니다.
김용호 시인의 <마음이 예뻐지는 가을>
예쁜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예뻐집니다.
마음이 곱고 예쁜 말을 하는 사람을 봐도 그래요.
그러니 스산한 바람일랑 모른 척 내버려 두고,
곱게 물드는 단풍에 말랑말랑해진 마음과
진심이 담긴 예쁜 말로, 서로의 가을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우리였으면 합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Sun, 15 Oct 2023 - 7768 - 2023/10/12 <엄마는 환자, 나는 중환자>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엄마는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피 검사를 하고 MRI 사진을 찍었다
작은 혹이 자궁에서 발견되었지만
의사는 암은 아닐 거라고 걱정 말라고 했다
엄마는 눈이 쉽게 뻘게졌고
낯빛이 점점 창백해져만 갔다
그런 날에는 링거를 맞고 되살아났다
벚꽃이 피었다가 지고
번개가 밤하늘을 찢어 놓던 장마가 지나갔다
새로 이사 간 집 천장에 곰팡이가 새어 나오듯
석 달 만에 작은 혹이 주먹보다 더 커졌다
착한 암이라고 했는데 악성 종양이었다
엄마는 일주일 동안 구토 증상을 겪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엄마의 피가 흐르는 내 심장을 만지며 생각한다
엄마는 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환자이고
나는 엄마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중환자라는 걸 알았다
이병일 시인의 <엄마는 환자, 나는 중환자>
맛있는 음식을 봐도, 예쁜 꽃을 봐도,
아이가 속 썩일 때도, 서러운 날도,
너무 기쁜 날에도 엄마가 생각나더니,
이젠 지나가는 어르신을 보고도 울컥합니다.
근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우린 엄마밖에 모르는 엄마 바보니까.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hu, 12 Oct 2023 - 7767 - 2023/10/12 <텃밭>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가 어릴 때 우리 가족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제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읍내로 이사 와 우리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후문에는 공터가 있었는데 그곳에 어머니가 텃밭을 가꾸셨습니다. 어머니가 텃밭을 만들기 시작하자 주변에 다른 분들도 하나둘씩 텃밭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공터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텃밭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몇 년 후 어머니는 동네 이웃들과 함께 놀이터 뒤편 공터에 땅 주인의 허락을 받아 다시 텃밭을 장만하셨습니다. 이맘때면 상추며, 부추며 먹 거리를 재배하여 제가 친정 가는 날이면 저에게도 나눠주시곤 했습니다. 그러다 두 번째 텃밭에마저 전원주택이 들어서면서 그 땅을 돌려주게 되었습니다. 칠순이 훌쩍 넘은 연세지만, 소일거리를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이 어머니에게는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소소한 일상이었는데, 더 이상 텃밭을 가꾸지 못하게 되어 상실감이 커 보였습니다. 엊그제 오랜만에 친정을 갔습니다. 가족들이랑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집에 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텃밭에 ‘상추가 싱싱한데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텃밭이 있어요?” “텃밭이 생겼단다”아파트를 조금 벗어나 동사무소를 돌아가니 공사 현장 옆에 주차장이 있는데 그 가장자리에 텃밭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싱싱한 상추가 맛깔스럽게 자라고 있었고 그 옆에 아기 호박도 있었습니다. 옆에는 부추가 자라고, 고추나무에 어린 고추가 열린 것도 보았습니다. 감자도 한 고랑, 대파도 한 고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말끔하게 정비된 어머니의 그 텃밭을 마주하는 순간, 어머니의 칠전팔기 인생이 스치듯이 지나갔습니다. 그 옛날, 어머니가 다니던 당면공장이 부도가 나서 다시 신발공장에 다녔는데 그 공장마저 부도가 나서 일자리를 잃은 후 타일공장에서 일했지요. 좌절을 딛고 일어서던 오뚜기 인생이 마치 어머니의 텃밭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식 키우듯이 작물들을 애지중지 하는 어머니의 마음에 소소한 행복이 잔잔하게 일어나기를 바라며 흐뭇한 마음으로 친정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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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2 Oct 2023 - 7766 - 2023/10/11 <믿음 조이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잘 버티고 있다
그거 하나쯤이야
사는 데 문제없으므로
나를 버리고 싶은 생각을 겨우 참아 본다
모든 사람을 지우고 싶은 날
조용히 운동장을 도세요
이런 생각은 그만 접어두자 말하며
이런 생각은 그만 잊어버리자 생각하며
운동장을 잊을 정도로 돌았다
잊으려 할수록 또렷해지면 대개 그 생각이다
그러면 주먹을 쥐었다
누군가 울면 따라 울 힘을 남긴 채
닿지도 않을 대답을 준비한다
날씨가 좋네요 날씨가 좋아요 같이 걸을까요 날씨가 좋아요
마주 오는 사람의 눈을 내가 먼저 보았다
두어번 주저앉았지만 일어나 마저 운동장을 돌기로 했다
유수연 시인의 <믿음 조이기>
잘 해낼 수 있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악물고 버텼는데도 나아지지 않을 땐
힘을 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주먹을 펴야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았을 때
생각지 못한 길이 열리기도 하니까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Wed, 11 Oct 2023 - 7765 - 2023/10/11 <인기 짱! 우리팀장님>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요양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우리요양원에서 가장 나이어린 요양선생님이 우리팀장님입니다. 우리팀장님은 성품이 천사 같아서 아침에 요양원에 오면 모든 어르신들을 한 분 한 분 찾아가 안아주고 등을 쓸어드리며 출근인사를 하지요. 일단 이렇게 한 바퀴 돌고나면 어르신들도 반가워하며 활기가 돕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특징에 따라 예쁜 별명을 만들어 불러주는데 어르신들은 쑥스러워 하면서도 좋아 하십니다. 어떤 어르신에게는 아이 러브 유~ 라고하면 같이 아이 러브 유~ 하고 어떤 어르신에게는 예쁜 엄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팀장님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과 배려를 어찌나 잘하는지 누구도 팀장님이 하는 말에 반감을 갖거나 이유를 달지 않습니다. 자기보다 연장자인 모든 선생님들에게 수고와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앓고 항상 등을 토닥거리며 힘을 주십니다. 명절 때면 손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도 정성껏 챙겨주고 선생님들을 위해 대표님에게 대신 징계를 받을지언정 절대로 선생님들의 흠을 드러나게 말하지 않습니다. 퇴근할 때도 모든 선생님들의 등을 두드려 수고하셨다고 하고 어르신들에게도 ‘잘 드시고 잘 주무셔야 내일 자기를 볼 수 있다’고 하며 퇴근을 합니다. 힘도 넘쳐서 어르신들을 번쩍번쩍 안 아 휠체어에 모십니다. 어찌나 빠른 걸음으로 다니는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누구도 못 말리는 슈퍼우먼입니다. 이런 요양선생님을 처음 보는 저는 정말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인기 짱 인 우리팀장님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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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11 Oct 2023 - 7764 - 2023/10/10 <추석의 긴 여정>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올 추석은 정말 긴 12시간의 긴 여정이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도 도착하지 않고 자고 일어나도 도착하지 않아서 몸이 정말 베베 꼬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가족들과 새삼 이렇게 긴 시간 한 공간에서 함께했던 시간이 언제였던 가.. 내가 부모님에게 너무 무심했구나...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앞자리에 탄 부모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지루함을 달래십니다. 라디오 사연을 들으며 공감도 하셨다가 퀴즈를 풀면서 맞네 틀렸네 하면서 웃기도하셨습니다. 어깨도 주물러주고 배고프다고 하면 운전하는 아빠에게 먹을 것을 입어 넣어주는 엄마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동생과 이런저런 대화를 했습니다. 요즘 패션에 대해서 이야기도하고 부모님 건강에 대한 이야기도하고 하다 그러다보니 알게 모르게 생겼던 오해를 풀기도 했습니다. 추석이라는 명절이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저희는 저희대로 차에서의 긴 여정이 너무 괴롭기만 하고 시골 친척들 뵙는 것도 어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명절 차안에서 가족들과의 긴 시간들이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하단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족은 이제 한 달에 한번 꼭!! 외식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다가오는 명절! 또 12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두렵기는 하지만 우리가족들이 함께이기에 그 긴 시간 또 어떤 감동과 깨달음이 다가올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간 흘러 좀 더 성숙해진 저와 동생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아들들이 되어갔음 좋겠다, 란 생각을 해봅니다. 어색하고 서툴지만 조금씩 부모님께 사랑을 표현하는 아들이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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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10 Oct 2023 - 7763 - 2023/10/10 <벗 하나 있었으면>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시인의 <벗 하나 있었으면>
좋은 친구는 별과 같다고 하지요.
늘 볼 수 없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힘들 땐 길동무가 되어주고
방황할 땐 길잡이가 되어주는
샛별 같은 친구들이 있어
이 가을이 외롭지만은 않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10 Oct 2023 - 7762 - 2023/10/06 <배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도서관에서 강좌 신청을 받는다고 합니다. 어떤 것을 배워 볼까? 또 봐도 내가 할 수 있을 까?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몇 일간을 혼자 끙끙거리다 도서관 홈 피에 들어가 큰 맘 먹고 강좌 신청을 했습니다. 평소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데 글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글 쓰는 법을 배우고 싶어 야간반인 문학창작 반에 등록하고 나니 벌써 마음이 콩닥거립니다. 또 뭐가 있을까 둘러보다가 켈리그라피 초보반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강좌는 수요일 오전 강좌라 시간을 낼 수 있을까 망설이는데 더 망설이다가는 등록을 못 할 것 같아 눈 질끈 감고 등록을 하고 나니 긴 한 숨이 나옵니다. 아주 잠깐 켈리를 배운 적이 있는데 글씨를 한자 한자 정성들여 써 내려가다 보면 시간도 금방 지나가지만 글 쓰는 것에 집중을 하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질 것 같아 등록을 했습니다. 일단 뭐든지 등록만 해두면 어떻게 하든지 빠지지 않고 다닐 자신은 있었습니다. 첫 시도가 힘들어 그래서 놓친 것들이 참 많이 있었습니다. 늦은 후회도 많이 되고 어떤 땐 그런 내가 참 밉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우물거리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일단은 부딪혀 보고 후회는 나중에 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난, 소심하고 생각이 많다 보니 내 눈앞에 갖다 주어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내 것을 챙기지 못했는데 이제부터 씩씩하게, 당당하게 내 갈 길을 갈 것입니다. 나에게 홧팅을 외쳐본다 ‘넌 잘 해 낼 거야. 난 너를 믿어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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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09 Oct 2023 - 7761 - 2023/10/07 <가을 단풍에 물들고 싶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단풍이 하나둘
어우러져 물들어 갈 때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에
가슴이 울컥하여 눈물이 납니다.
이 가을에 사랑하게 하소서
이 가을에 사랑받게 하소서
이 가을 가지전에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하소서
아름다운 이 가을에
단풍이랑 소곤소곤 속삭이며
활활 물들고 싶다.
도분순 시인의 <가을 단풍에 물들고 싶다>
말라 떨어진 이른 낙엽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영문 모를 애잔함에
코끝이 매워 지기도 하고.
찬 바람이 부니
자꾸만 자꾸만 외로워집니다.
단풍은 세상을 물들이고,
사람은 사람으로 물드는 가을,
올가을엔 사람 냄새 가득한
따스한 마음에 물들고 싶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on, 09 Oct 2023 - 7760 - 2023/10/06 <꽃이 떨어졌다고>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그대
꽃이 떨어졌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예쁘고 아름다운 꽃
그 꽃이 떨어져야 탐스러운 열매가 열려요.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 겪었을 때
좌절하지 마세요.
좌절을 딛고 일어섰을 때
비로소 삶의 기쁨을 알 수 있어요.
그대
누군가 나를 배신하고 뒤통수 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생각이 들 때
오히려 감사하세요.
인생의 쓴맛을 느껴 보아야
진정한 단맛을 알 수 있어요.
살아가면서 평평하고 순탄한 길만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때로는 가시밭길도 걷고
성난 파도와 싸워 이긴다면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묘미겠죠
꽃이 떨어졌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대여!
김정애 시인의 <꽃이 떨어졌다고>
꽃잎 몇 장이 떨어져도,
바짝 말라도 꽃은 꽃입니다.
또한 꽃은 시련 없이 피지도,
이유 없이 지지 않아요.
그러니 좌절 앞에서,
나이 앞에서 고개 숙이지 말아요.
피고 지고도 또 피어오르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꽃이
바로 그대니까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on, 09 Oct 2023 - 7759 - 2023/10/09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미안해. 오늘 조금 늦을 것 같아. 병원에 사람이 많네." 오랜만에 35년 지기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딩동 문자가 옵니다. "어디가 아픈 거야? 천천히 일 보고 와." 병원이라는 말에 은근 걱정되기도 하고 이젠 아플 나이이기도 한데 그저 아프지 않고 매일매일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래보는 요즘입니다. 아파트에서 함께 살면서 아이들 친구엄마로 만난 친구들인데 그때가 유치원생 지금은 40을 바라보는 딸들의 모습에 가끔 헉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만큼 늙었다는 거니까. 약속장소인 건대입구에 도착하니 한 친구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찍 왔네?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많은 친구들 모임 중에 언제나 제일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라고 입 모아 말하는 우리들. 성격은 서로 판이하지만 생각도 비슷하고 한 번도 싸워서 토라져 본 적 없는 친구들. 잠시 후 병원 들렀다 온 친구도 도착하고 늘 그랬듯이 각각의 3가지 음식을 시켜서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들이다보니 대화는 자연스럽게 건강문제나 손주들 그리고 함께 늙어가는 남편 얘기들..쌍둥이 손주들을 돌봐주다 보니 팔도 아프고 무릎도 다 망가지고 조심한다고 해도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러다보니 병원 드나드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옆지기 남편이 도와주면 조금 나을 것 같은데 어그적거리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자기 몸이나 관리 잘 해주길 바라는 게 더 나을 듯하다며 혀를 끌끌 찹니다. 한 친구는 치매로 요양원에 모신 엄마를 가끔 가서 뵙는데 늘 갈 때마다 울컥해서 발길을 돌리기가 정말 마음 아프다고.. 그럼요 그 마음 저희도 다 알죠. 그렇게 계시다가 다들 돌아가셨거든요. 효도라는 건 살아계실 때 잘해야 하거늘 안계시니 발을 동동 구르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네요. 서로의 웃픈 삶을 얘기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이렇게 얼굴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식후 커피한잔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친구들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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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09 Oct 2023 - 7758 - 2023/10/08 <저녁을 거닐다>Mon, 09 Oct 2023
- 7757 - 2023/10/09 <그냥 좋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꽃이 되어
화려하지 않아도
별이 되어
반짝 빛나지 않아도
투정 안 하고 살아가는
나는 좋다
나는 좋다
그런 내가 좋다
가슴이 뜨겁게 뛰고 있고
값 없이 허락된 오늘을 살고
내일을 꿈꾸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익어가는 황혼에
그리움으로 물들어
노래하는 내가 좋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같이 가야 하는 것
함께 불 밝혀 노래하리라
검은 고독을
하얀 그리움으로 만들어
삶의 물음에
겸손히 답하며 투정 없이
그렇게 살려 하는
그런 내가 좋다
그런 내가 그냥 좋다
박진표 시인의 <그냥 좋다>
예전 같지 않단 소리를 들어도
아무 때나 버럭 하지 않는 지금이 좋고,
느릿느릿 세상을 살지만
소소한 행복을 찾는 기쁨이 있어 좋습니다.
홀로 가야 할 때와 함께 가야 할 때,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성숙함이,
물 흐르듯 살며 평정심을 잃지 않는 지금이,
그냥 참 좋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on, 09 Oct 2023 - 7756 - 2023/10/08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아픈 아내를 10년 동안 보살피고 있는 60대입니다. 제가 하던 수입 물건 판매가 점점 시들하더니 사양 산업에 들어갔습니다.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내는 할 수 없이 여동생이랑 음식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업 실패의 스트레스로 결핵까지 오는 바람에 저는 다른 일을 할 엄두를 못 내었습니다. 공사판에 나가 돌을 나르고 하는 일도 심장이 가빠와 하루 이틀 하다가 얼굴이 노래 가지고 돌아오면 아내는‘제발 집에서 애들이나 봐요. 아파서 쓰러지면 나더러 어떡하라고? 돈은 내가 벌게’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옆에서 아내를 도왔고 우리는 일어 설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어느 정도 집도 장만해살만하다 싶을 때 아내가 그만 쓰러져 버렸습니다. 병명은 뇌졸중....아내는 잘 되던 장사를 접고 그 이후 저는 아내를 10년째 돌보고 있습니다. 저는 아내를 5시에 깨워 구덕 산으로 운동시키러 갑니다. ‘아직도 산에 데리고 다녀요? 그렇게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 봐요. 당신 대단해요!’ 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가 저에게 해준 게 너무 많아서요. 부부는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익을 보고’ 하며 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치매에 걸려도, 중풍으로 몸이 불편해도 아내는 내 옆에서 저를 지켜 주고 있으니 우리는 진정한 부부인 것 입니다. 당신 없으면 난 하루도 안 돼. 알지?’얼른 건강해지길 바라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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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09 Oct 2023 - 7755 - 2023/10/07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하나둘 물건을 정리하고 짐을 싸고 있을 때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가 나오니 그때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상념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일렁거립니다. 저는 오랜 서울 살이 를 접고 고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 집으로 이사한지 두 달만의 결정이죠. 집구하느라 고생했고 새집에 짐을 푼 지 얼마 되지 않아 이게 무슨 변덕일까 싶겠지만 계획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잖아요. 이사한지 얼마 안 되서 하자가 발생하더니 곧이어 온 장마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계속 살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집주인에게 상황을 보여주고 집을 빼기로 했는데 다시 집을 찾아다니는 고생을 하려니 너무 막막했습니다. 평생 서울에서 살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내려갈 생각이었으니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결정하고 움직이려니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물건들을 정리하고 최소한의 짐만 남기느라 꺼내다 보니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하던 일 부터 먼저 정리하고 남은 시간동안, 서울에 사는 지인들을 만나 소식을 전하는 중입니다.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해준 동네 골목과 공원과, 좋아하는 식당 등 애정 있는 곳에 들러 그동안 고마웠다고 덕분에 내 청년기가 지루하지 않았다고 이별 인사를 했습니다. 고향은 어린 시절 추억이 많지만 성인기에는 추억이 없고 제가 변한만큼 변화가 커서, 고향이어도 적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동안 집을 구하느라 정신없고 낮 가리며 적응해야겠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마음으로 가려고 합니다. 서울에서 라디오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는데 또 다른 환경에서도 함께하면 금세 적응이 되겠지요. 서울과 잘 헤어지고 새로운 환경에서 잘 지내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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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09 Oct 2023 - 7754 - 2023/10/05 <그 길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늘도 퇴근길
그 거리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불쑥 보내온 문자 한 통
보지 않아도
보고 있는 듯하여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추운 겨울을 잘 참고
견디어 내는 가로수같이
내 마음에 기다림으로
바라본 하늘 끝 저만큼
그 거리에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내 안에 당신은
늘 참을 수 없는 그리움입니다
하루가 지나는 그 길에서
박기만 시인의 <그 길에서>
어디선가 잘살고 있기를,
그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사랑이고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도 괜찮으니
한 번쯤 만나고 생각하는 건 그리움이에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되뇌는데
마침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온다면 그건 운명이죠.
지친 퇴근길, 이 길 끝에서
그런 운명 하나 만나고픈 가을 저녁입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hu, 05 Oct 2023 - 7753 - 2023/10/05 <늙은 농민들의 제주도 여행>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지역농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원로조합원 제주도 연수대상인데 참가하실 수 있는냐’는 거였습니다. ”갈 겁니다. 당연히 참석 할 겁니다.“ 간다고 대답은 했으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한지 2주도 안 된 아내를 돌봐야 하는 데 어쩐다? 내 어지러움 증이 장거리 여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물을 갈아 먹으면 배앓이를 하는데..이런저런 약도 먹고 있는데 탈은 없을지 등등. 나이 들면서 또래들이 그리워선지 제주도 여행 제안은 나를 들뜨게 했습니다. 출발 당일 새벽 북 파주 농협 주차장에 일찌감치 여든(80)살 전후 60여명이 모였습니다. 비행기에 오른 지 1시간.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관광이 시작 됐다. 버스는 달리고 가이드가 열심히 안내를 하나 얼른 숙소에 가 씻고 어젯밤 설친 잠이나 푹 잤으면 싶었습니다. 그렇게 첫째 날 관광이 끝나고 이튿날, 새벽같이 일어나 테라스 문 밖으로 나서니 맑고 푸른 바다가 싱그럽습니다. 얼마 만에 보는 바다인가...아들 딸 대학공부와 결혼만 시키면 부모 의무는 끝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식들 집 마련은 농사벌이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평생 헛돈 쓰지 않고 살아 왔으나 여기서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돈 되는 건 농토뿐. ”부족한 건 너희들이 살아가면서 갚아라.“ 고 했지만 수억 원 은행 빚은 어떻게 갚을지 가슴이 저리기만 합니다. 노후 보장이 안 된 부모는 결혼 기피 대상 1순위라는데, ‘여보 앞으로 우리 괜찮을까?’ 집값을 치르고 나오면서 우리 내외 눈물을 글썽였던 기억이 납니다. 2박3일 제주도 일정을 마치고 서울 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오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같은 늙은이는 어디에도 없다싶습니다. 여행도 즐길 나이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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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05 Oct 2023 - 7752 - 2023/10/04 <중년의 향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여곡절 수놓아진 인생은
다양한 색깔로 채색해 놓은 사연
젊어서 고생은 진한 추억으로
그리움의 깊이가 된다.
사는 게 별거 아니라는 것을
지지고 볶으며 살아온 세월
인생의 참맛을 알아간다.
지난 시절 못해본 게 한이 되어
느지막한 용기로 일궈내는 인생
기쁨의 보람도 채워간다.
너와 나 살아온 삶에
즐거움의 차이를 생각하고
오랜 세월로 알게 된 감사함
중년의 향기가 그윽하다.
장선희 시인의 <중년의 향기>
고난이 피워낸 인생의 꽃, 중년.
마음 근육이 단단해지니
세상을 보는 시선이 한결 너그러워지고,
주변을 살펴볼 여유도 생겨
작은 일에도 행복과 감사의 마음이 샘솟습니다.
소박한 소국을 닮은 중년의 향기.
인생에 가을을 기다리는 동안
그 향기도 한층 더 그윽해지겠지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Wed, 04 Oct 2023 - 7751 - 2023/10/04 <가을이 깊어가는 하루입니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펜을 놓고 싶지 않았지만 놓아버렸습니다. 어느 날 문득 저에게 무력감이 오더라고요. 타인과 비교하는 나, 자책하는 나, 발전하지 않음을 싫어하는 나..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4가족이 살기에는 빠듯한 월급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 싫어졌습니다. 멍해지고 잠도 안 오고 우울 감, 무기력감이 3개월 넘게 이어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취미활동, 운동, 음악, 영화, 책 일기 등 그런 것들도 하기 싫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인생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만큼 보이잖아요.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하더라도 과정을 즐겨야 하는데 어리석은 저는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더 높은 곳만 바라보고.. 그러니 힘이 들었던 겁니다. 이때 아내와 아들과 딸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겨내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생이 재미있어짐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니 참으로 감개무량했습니다. 며칠 전엔 천안 시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니 20년 전 대학교 축제 때 공연했던 가수가 생각났습니다.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고 함께 갔던 친구와의 추억도 생각이 났습니다. 이제 가족과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요. 과거의 나, 겁 이 많은 나, 소심한 나, 만족하지 못하는 나, 현실에 안주하는 나.. 이런 나의 껍질을 깨려고요.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것들도 많이 보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가족과 사랑하며 살려고요. 이렇게 또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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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04 Oct 2023 - 7750 - 2023/09/28 <잊지 못할 송편>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린 시절의 추석을 떠올리면, 가슴속에 까닭모를 그리움과 이유 없는 설렘이 가득 차오릅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마당에 깔린 멍석 위로 빨간 고추들을 밀치고 벌러덩 누워 하늘을 보면, 눈이 부시도록 높고 푸른 하늘 위로 잠자리 떼가 날고 그 사이로 어린 제비들이 비행연습을 하곤 했지요. 아 !며칠 만 지나면 추석이다~새 옷도 한 벌 얻어 입을 수 있는데다 각종 과일과 떡, 고기를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설렘도 있고 무엇보다 늘 농사에만 매달렸던 엄마가 며칠이라도 집에서 부엌일을 하시는 것까지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추석을 앞둔 며칠 전부터 태풍 예보가 있었습니다. 추수를 앞둔 시골은, 벼를 베고 난 논에 가을 김장배추를 옮겨 심어야 하기 때문에 태풍 때문에 벼들이 쓰러지면 그 해 농사는 다 망치는 것이었습니다. 추석을 하루 앞두고 부모님은 벼 베는 기계를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하지만 모두 서둘러 벼를 베는 바람에 마을에 한두 대 있던 기계는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나의 오랜 기다림과 설렘과는 상관없이 추석날 아침에 큰 태풍이 오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그 전날 밤에 벼를 다 베었지만, 그 젖은 벼들을 말릴 곳이 없어 부모님은 빈 창고를 빌려 벼들을 널기 시작했지만, 명절이라 도와 줄 사람조차 구할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우리 자매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벼이삭들을 펴고, 휘젓고, 부대에 담고를 반복해야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햇살은 너무나 눈이 부셨고, 부엌 쪽으로 가보니 우와~~커다란 채반에 송편이 한가득 있었습니다. 비 때문에 피곤하셨을 부모님은 그래도 추석이라고 어린 자식들을 위해 쏟아지는 잠을 쫒아가며 송편을 만드신 것입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들어간 송편이라서 그런지 콩 송편도 기가 막히게 맛이 있었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송편~해마다 추석이 다가오면 그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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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03 Oct 2023 - 7749 - 2023/10/01 <'도전'>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 나이, 만으로 65세, 무언가 도전을 하기에는 덜컥 겁이 나는 나이입니다. 그런 저를 변화시킨 이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 며느리입니다. 그동안 주부로 살아왔던 제게 며느리는 요양보호사 시험에 도전해보길 권하더라고요. 학업에서 손을 뗀지가 몇 십 년 인데 책을 보려면 글씨도 잘 안 보이고, 돋보기도 꼈다 벗었다하면 머리도 어지럽다며 핑계 아닌 핑계를 대었죠. 사실이기도 했지만 무언가에 도전 한다는 자체가 겁이 났거든요. 그런 저를 끈질기게도 설득한 며느리가 직접 요양보호사 학원을 알아보고 왔습니다. 수강생 등록이 마지막 1자리가 남은 곳이 있다며 얼른 그 학원에 가보길 재촉했습니다. 저는 그런 며느리의 등살에 못 이겨 작년 12월, 요양보호사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응원을 받아 '그래, 기왕 하기로 한 거 한 번 해보자.' 는 심정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원을 다녔습니다. 오고가는 길에는 동영상 강의를 들었고요. 집에서도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길정도로 열심히 필기도 했지요. 그 결과, 저는 80문제 중에서 단 3개만 틀리고 고득점으로 합격하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다들 칭찬을 해주고 저도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잃었던 저의 자신감도 생겼지요. 그래서 이제는 또 무언가에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도전이라는 단어 앞에 나이와 체력을 핑계 대었지만 이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뜨는 해보다 지는 해가 더 중후해서 멋지듯이 말이죠. 멋진 노후를 보내고 싶습니다.
신청곡은 모리스 알버트 Feelings 입니다. 옛날 노래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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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03 Oct 2023 - 7748 - 2023/09/30 <이 하루를 사는 동안>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첫 순서는 기도로 시작하고
그 다음 순서는 사랑으로 시작하고
그 다음다음에는 감미로운 미소로
시작하여
내 어느 곳에서 누구와 어울리든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서로 신뢰를 쌓고 기쁨을 나누는
삶을 살게 하소서
이리하여
기도를 많이 하는 것이
사랑을 많이 하는 것이
감미로운 미소를 많이 짓는 것이
버거운 것이 아니고
귀찮은 것이 아니라
더 소중함을 느끼는데
쉬운 일임을 알게 하소서.
김용호 시인의 <이 하루를 사는 동안>
하루를 시작하며
마음에 새기는 말은 모두 다르겠지만,
기쁘게 미소로 시작할 수 있다면
종일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9월의 마지막 밤도,
10월의 첫날도,
남은 연휴도 많이 웃는
좋은 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03 Oct 2023 - 7747 - 2023/09/27 <빨간약 미란이>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엄마와 한 달에 한 번 봉사하러 가는 고아원
미란이는 내 막내 동생과 동갑인 꼬마
오늘은 미란이가 빨간약을 고아원 여기저기 칠했다고
선생님이 한숨을 휴우우
무릎에도 발등에도 뺨에도 손등에도
미란이는 빨간약투성이
엄마와 나는 미란이를 목욕시켰다
웬일인지 엄마가 조금 울었다
목욕 마친 미란이가 빨간약 들고 엄마에게 다가와
“아프면 말해요. 엄마 호오 해 줄게요.”
나는 미란이가 우리 엄마를
진짜 엄마로 여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란이는 정말 예쁜 동생이니까
김선우 시인의 <빨간약 미란이>
마음이 아플 때 빨간약은 마음,
사람에게 받은 상처에 빨간약은 사람.
또, 오랜 마음의 흉터와 지친 마음을
아물게 할 수 있는 것 역시 사람일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배려하는 마음과 다정한 말로
언제나 서로에게 빨간약이 되어주기로 해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03 Oct 2023 - 7746 - 2023/10/02 <고마운 고객들께>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화성 시에서 작은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50대 중반 아줌마입니다. 금융회사를 20년 정도 다니다가 명 퇴 후 우연히 옷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처음 옷가게를 시작하면서 드는 생각은 옷 파는데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겠어? 친절하게만 하면 팔수 있겠지. 이런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옷 장사를 시작하고 보니 왜 그리 고객이 원하시는 게 다양한지요. 체격이 있는 고객들은 무조건 날씬해 보이는 옷을 달라고 하고, 원하는 데로 찾아드리면 날씬 해 보이지 않는다며 타박을 하고, 마른 체형의 고객들은 마른 게 너무 싫다고 좀 부 해 보이는 옷을 골라 달라 하시고 밝은 색을 달라하셔서 드리면 너무 밝다고 하고 어두운색을 달라해서 찾아 드리면 너무 어둡다고 하고,. 각양각색의 취향을 가진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의류판매가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장에 손님이 들어오시면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무슨 옷이 필요하세요?’ 하면 "제가 볼게요." 하며 불편해 하시는 고객도 계시고, 그리고 또 매장에 들어와서는 아무 말 없이 직원인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시는 분이 있다 보니 고객이 들어오시면 "고객님 편하게 구경하고 필요하시면 저를 불러주세요" 라고 한걸음 떨어져 있게 됩니다. 벌써 장사한지 13년이 흘렀는데도 장사라는 게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 싶습니다. 장사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정말 공감 가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쯤 고객의 마음을 딱 알아맞추어 고객의 체형에 맞게 멋지게 코디해 드릴 수 있을까요? 옷가게 하시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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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03 Oct 2023 - 7745 - 2023/09/28 <우리 집>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 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 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마음
그래서 집은
고향이 되나 보다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금방 보고 싶은 사람들
주고받은 상처를
서로 다시 위로하며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다
따뜻한 눈길로
하나 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언제라도 문을 열어 반기는
우리 집 우리 집
우리 집이라는 말에선
늘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
고마움 가득한
송진 향기가 난다
이해인 시인의 <우리 집>
사람 냄새가 그리운 추석 전야.
부모님이 떠난 후 마음의 고향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늘 지지고 볶고 투닥거리는 우리 가족.
그래도 모두가 함께인 지금이 참 좋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03 Oct 2023 - 7744 - 2023/09/27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젤 먼저 생각나는 사람, 돌아가신 엄마입니다. "애리야! 동상들 데꼬 앞산에 가서 솔잎 좀 따오니라~~" "솔잎요?' "그려~송편 밑에 깔아야 하니께 어여들 다녀 와." 저와 연년생인 동생 둘은 솔잎을 따러 앞산으로 갔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렸던 저와 동생들은 노는 게 더 재미있었고, 엄마와의 약속도 가물가물~~해가 붉은 노을이 되어 져가고 있을 그 시간 "애리야~~다들 어디 있는 겨? 먼 놈의 솔잎들을 얼매나 따 것다고 이리도 오래 걸리는 겨?" 엄마가 산으로 올라와 우리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제 서야 저희들은 솔잎들을 손으로 훑어서 따 들고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오메~~오메~야들이 산에 깊이도 들어 왔네. ~입구에도 소나무 많은디..." "이쁜 걸로 따려고요" "그랴? 그란디 요것은 솔잎도 아닌디...요것은 누가 땄다냐~~" 그렇게 집에 오면 엄마가 예쁘게 빚은 송편들이 회색빛 쟁반에 가득 있었습니다. 엄마는 송편을 쪄서 식힌 후 입을 벌리고 줄서있던 저희들에게 한 개씩 넣어 주셨습니다. "에이~~엄마! ~난 콩이 싫은데..." 그땐 왜 그리 깨 송편이 맛있고 좋았는지 서로가 깨 송편을 찾아 먹는다고 한입씩 베어 물고는 안 먹고 하다가 엄마께 엄청 혼났었습니다. 추석이 다가오면 엄마가 매번 하시던 말씀!! "애리야~~윗산에 가서 솔잎 좀 따오니라~" 그 말씀이 너무도 그립고 엄마의 정성 가득한 깨 송편, 콩 송편이 너무도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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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03 Oct 2023 - 7743 - 2023/10/03 <아내와 아내의 친구들에게>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미대를 목표로 작은 화실에서 함께 뎃생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리가 벌써 50대 초반을 달리는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그림과 관련은 없지만 그래도 각자의 길을 분주히 가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내 정은이가 수경이 만나러 삼전 동에 간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만나니 할 얘기들 참 많을 거예요. 지윤이랑 지민이도 합류하면 접시가 대여섯 장은 깨질 거라 예상해봅니다. 웬만하면 신세한탄이나 긴 한숨은 자제하기를... 특히, 다른 사람과 절대 비교하지 말기를... 그러는 순간 모두에게 지는 것이고 복귀전은 없어지니까.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러 가는데 들고 가는 싸구려 가방을 보니 잠시 울컥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했기 때문이겠죠. ‘오빠는 뭐 한데니. 근사한 가방 하나 안사주고?’ 라는 질문에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뭐.’하며 흘러 넘길 거예요. 우리 아내 정은이 하는 말. 요즘 100세 인생이라 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이제 겨우 반 조금 더 살았답니다. 감동과 웃음으로 채워도 부족한 남은 생이죠. 소통전문가 김창옥 교수가 말했죠. 구름은 바람이 움직이고 사람은 사랑이 움직인다고... 사랑은 받을 때 보다 줄때가 또 훨씬 더 기분 좋아요. 그리고 좋은 가방은 우리 딸 진아 치아교정 비 모은 뒤 바로 선물 할 테니 걱정 말기를... 좋은 추억 만들어준 아내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어디든 아프지 말고 많이 많이들 사랑하며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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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03 Oct 2023 - 7742 - 2023/10/01 <저녁을 거닐다>Tue, 03 Oct 2023
- 7741 - 2023/09/30 <아름답고 행복한 가을을 걷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며칠 전 높고 푸른 하늘 아래, 길가에 핀 노오란 달맞이꽃을 보며 아침 산책길을 나섰습니다. 이웃에 사는 할머니, 아픈 다리를 이끌고 환하게 웃으시며 "어디 간가?" 하십니다. "할머님은 어디가세요?" "그냥 나왔네." 그을린 모습으로 담장에 몸을 기대며 기운 없는 모습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텃밭에 있는 사과나무에 물을 주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검은 승용차가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옆집 할머니 딸들이 온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런가보다 했지요. 시골 마을에서 사람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려오고 "하하호호" 동네가 떠나갈듯 사람 소리가 요란합니다.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는 된장찌개, 그리고 텃밭에서 재배한 풋고추며 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저녁상을 차리고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울 때 즈음, 현관문을 두드리며 "계세요" 안경 쓴 여자 분이 들어옵니다. "이거 사과인데 맛있게 드세요" "고마워요" 이웃집 할머니 딸인 듯합니다. "지난번 부추 전 잘 먹었어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갑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남편과 산책에 나서는데 붉어진 저녁노을과 어느새 탐스럽게 익은 사과나무, 배나무 이름 모를 보랏빛 꽃들이 가을 길에 앉아서 다정하게 웃는 거 같습니다. 저녁노을과 함께 바다 냄새를 맡고 있으니 행복한 가을이 우리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듯 했고, 우리는 눈물 나는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어 함께 걸어가고 있는 거 같아, 그 어느 때보다 감사 일기를 쓰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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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03 Oct 2023 - 7740 - 2023/09/29 <팔월 한가위>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 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 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마음
그래서 집은
고향이 되나 보다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금방 보고 싶은 사람들
주고받은 상처를
서로 다시 위로하며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다
따뜻한 눈길로
하나 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언제라도 문을 열어 반기는
우리 집 우리 집
우리 집이라는 말에선
늘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
고마움 가득한
송진 향기가 난다
이해인 시인의 <우리 집>
사람 냄새가 그리운 추석 전야.
부모님이 떠난 후 마음의 고향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늘 지지고 볶고 투닥거리는 우리 가족.
그래도 모두가 함께인 지금이 참 좋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03 Oct 2023 - 7739 - 2023/10/02 <힘내요. 그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그대
힘들고 외로워도
울지 말아요
그리고 내 손을 잡아봐요
주저앉고 싶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
전화해요. 친구가 되어드릴게요
우리는 모두가 외로워요.
혼자일 때 보다 더 외로운 건 타인 때문이죠
한번 왔다 가는 인생
우리 친구 하며 함께 걸어가요
외로우면 외롭다 말해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세요
혼자 울지 말아요
위로하며 우리 함께 가요
길고 긴 인생길 서로 위로하며
서로 마주 보며 손잡고 함께 가요
우리는 친구니까 웃을 수 있을 거예요
살아온 날
행복한 일 가끔은 있잖아요
없으면 만들어요, 이제부터 우리 시작해요
내가 그대 웃음이 돼드릴게요.
김연식 시인의 <힘내요. 그대>
사는 게 참 버거울 땐
세상도 사람도 그렇게 미울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눈 질끈 감고 손 내밀어 봐요.
분명 내민 손을 덥석 잡아 주는 사람, 있을 거예요.
때때로 외롭지만 우린 결코 혼자가 아닌걸요.
그러니 그대, 부디 조금만 더 힘내기를.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03 Oct 2023 - 7738 - 2023/09/29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맘때면 하늘로 소풍 떠나신 시어머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머님은 저한테 친정엄마처럼 다정하게 아껴주셨던 분이셨습니다 철없는 며느리에게 늘 따뜻한 말로 칭찬해주시고 모든 일에 서툴렀던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지요. 제가 임신 했을 때 어머님은 쌈지 돈 모아두셨던걸 꺼내서‘이거 얼마 안 되지만 우리 아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거 사거라." 하시면서 제 손에 꼭 쥐어주셨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늘 아들과 며느리를 위해서 아낌없이 모든 걸 내주셨던 분. 돌아가시기 전, 저희에게 힘들게 모아두셨던 적금통장을 내주시면서 필요할 때 쓰라고 하셨을 때는 저희 둘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들하나 보고 평생을 살아오셨던 어머님 본인을 위해서는 뭘 사거나 맛있는 걸 해 드시지도 않으셨던 분인데 살아계실 때 저희가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시간을 보냈더라면 지금처럼 후회가 많이 안 됐을 텐데 싶습니다. 아프실 때도 저희가 걱정할까봐 말씀도 안하시고 혼자 병원을 다녀오시고 저희가 알았을 때는 이미 병세가 악화되어있던 상황이 되어버려서...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님이 떠나신 뒤 남편과 저는 한동안 우울하고 무기력한 생활에 힘들어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희부부는 안정을 찾았지만...해마다 이맘때가 되면..직접 뵙고 만질 수도 얘기 나눌 순 없지만...저희들의 마음속에 항상 함께 하고 계신다고 믿고 열심히 예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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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03 Oct 2023 - 7737 - 2023/10/03 <따뜻한 말 한마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살아가는 우리지만,
공허한 마음속에
허무함이 교차하는 순간
그 누군가로부터
가슴으로 느껴지는
위로를 받고 싶을 때,
폐부를 찌를 듯한
어설픈 가식의 말보다는
진심 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
사소한 삶의 여백 속에서
큰 기쁨으로 감동을 하며,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헛헛함에
부족함을 채워주는 따뜻함
텅 빈 가슴
무관심이 아닌 사랑으로
꿈과 희망이 싹틀 수 있는
진솔함이 담긴 속 깊은 온기였음을.
이우만 시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
날뛰던 가슴이 잔잔해지는 말,
‘네 잘못이 아니야.’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말,
‘그냥 네가 생각났어.’
한 번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말,
‘충분히 잘하고 있어.’
또 하루를 살게 하는 말,
‘널 믿어.’ ‘사랑해.’
가을엔 우리,
그렇게 따뜻한 말만 하기로 해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03 Oct 2023 - 7736 - 2023/09/26 <오래 만진 슬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가지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며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이문재 시인의 <오래 만진 슬픔>
나를 넘어지게 한 일들을 떠올린다는 건
분명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
그 고통과 슬픔들을 다듬어 봅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길 반복하며 생긴
마음테가 늘수록 우린 더 단단해지고,
인생은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물들어갈 테니까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26 Sep 2023 - 7735 - 2023/09/26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결혼한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고향에 미리 다녀왔습니다. 시부모님 산소 벌초를 하고 친정 부모님 산소에 가서 예쁜 며느리 얼굴도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빠네 집에 가서 인사도 드리고 왔습니다. 추석날에는 그냥 집에서 조용히 있으려고요. 오빠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 자고 가라고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오빠집이 아니더라도 하룻밤을 자고 천천히 올수도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해까지 시부모님이 계셔서 자주 왕래하던 집이 있지만 두 분이 병원에서 투병 하시다 올해 초 돌아가시고 비워둔 집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썰렁했고 어설펐으며 자꾸만 함께 웃으며 얘기하던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빠와 언니가 고향에 있지만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와 안 계실 때 내 마음이 확연히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부모님이 계시면 너무나 편하고 자연스레 모이게 되는데 안 계시니까 허전하고 사실 그 옛날 남매 같은 편안함 대신.. 뭔가 모르게 약간의 신경이 쓰이는건 사실입니다. 올케언니에겐 손님이 될 수도 있겠고...자식들이 모여 부모님을 추억하며 웃기도 하고 눈물도 짓지만 마음 한 켠이 너무 아려옵니다. 엄격하고 깐깐하신 아버지였지만 표현이 서툴러 그러셨다는 걸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보니 알았고,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만 하고 언제나 내 편에서 응원해 주던 엄마도 그립습니다. 더 잘 할 걸... 한번이라도 더 찾아 뵐 걸...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 한 번 더 잡아 드릴 걸 ..잘해 드린 기억은 없고 못해드린 것만 자꾸 생각납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이, 그리고 우리 며느리가 최고라고 사랑해주시던 시부모님이 너무나 보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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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6 Sep 2023 - 7734 - 2023/09/25 <이불을 널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들의 삶이
이불 한 장만한 햇살도 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햇살에 말린 이불을 덮으면서 알았다
이내 눅눅해지는 우리들의 삶
더러 심장도 꺼내 햇살에 말리고 싶은 날이 있다
심장만한 햇살 가슴에 들이고
나날을 다림질하며 살고 싶은 날이 있다.
안상학 시인의 <이불을 널며>
오락가락하는 날씨 만큼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우리네 일상.
드문드문 쨍한 순간도 있지만,
순탄하지 않은 하루하루에
마음으로 흘린 눈물이 마를 새가 없습니다.
그래도 살아야지요.
마음 구석구석 햇살이 스며들 수 있도록
좋은 사람들과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며 말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on, 25 Sep 2023 - 7733 - 2023/09/25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결혼한 딸이 명절에 못 올 것 같다며 미리 왔습니다. 자식은 뒷전이고 손자가 오니 너무 좋았습니다. 작은 입으로 "할미~" 하고 부를 땐 가슴이 녹아내립니다. 옛날 어른들이 집안에 아이들 소리가 나야 사는 집 같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엄마 너무 더워서 냉커피 마셔야겠다." 딸이 냉장고로 가자 손자도 뛰어갑니다. 그런 뒤 갑자기 아이 물음소리가 들립니다. 놀라서 가 보니 손자가 발을 잡고 울고 있습니다. 냉동고 문은 활짝 열려있고 딸은 "괜찮아? 발 보자. 엄마~냉동고에 음식 이렇게 쌓아두지 말라고 몇 번 말해요? 봐봐 결국 문 열다가 꽁꽁 언 음식 떨어져서 다쳤잖아?" 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예전에 엄마 집에 들러 냉장고 청소를 하면서 검은 봉지에 쌓여있는 음식을 버리던 생각이 났습니다. 일일이 꺼내 확인하면 봄에 데쳐서 둔 나물도 있고 언제 적 고기인지도 모를 고기는 색이 바래져있고 별의별 음식이 다 나왔죠. 엄마한테 냉동고에 이렇게 오래 넣어두면 맛도 없고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그걸 왜버려? 다 돈인데." 하셨죠. 그런데 이제 내가 엄마랑 똑 같이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부터 다리가 아파 자주 가던 산에도 못 가게 되고,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수다 떨고 하던 것도 점점 안하게 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뭘 버린다는 게 괜히 마음이 휑해지더라고요. 넓은 집에 혼자 있는 게 쓸쓸해 살림살이로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딸은 안의 내용물이 잘 보이도록 투명 비닐에 넣고 밖에다 갈치 마늘 떡..등 큰 글씨를 붙여놓았습니다. 그렇게 해놓으니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차 한잔을 마시며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렸습니다. 엄마가 냉장고에 묵은 음식을 가득 쟁여놓으셨을 때 잔소리하지 말고 엄마의 등을 한번 안아드릴걸....아름답게 단풍이 들면 엄마가 좋아하셨던 단풍사진 들고 추모공원에 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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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25 Sep 2023 - 7732 - 2023/09/23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주말에 대학생 딸이 오래 간만에 집에 왔습니다. 우리 모녀는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듯 꼬옥 끌어안았다. “으음..엄마 냄새” “으음. 우리 딸 향기”남편도 끌어안으며 “으음 우리 보물들”그런데 그것도 잠시...가방 안에는 빨랫감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너 또 빨래 감 쌓아둔 거야?” “학기 초라서 바빠뜨. 미안행”혀 짧은 소리로 애교를 부립니다. ‘학기 중에는 학기 중이라서 바쁘고, 학기말에는 학기 말이라 바쁘고. 그건 그렇고 또 살은 왜 그렇게 쪘어?’ 잔소리를 했더니“아니 나는 진~~~짜 안 먹고 싶었거든. 근데 학기 초라서 밥 약속도 많고 기숙사에서 다들 야식 먹는데 나만 안 먹을 수는 없잖아”하긴 한참 먹고 싶고 놀고 싶은 20대가 아닌가? 딸은 김치 찜이랑 딸기를 먹고는 동아리 화상 모임을 해야 한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는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까르르르’ 남편과 나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러다 조용해져 들어가 보니 침대로 직행 해 있었다. 그때부터 딸의 수다가 시작됩니다.“엄마 있지. 수민이 남자친구 있다고 했잖아. 근데 이번 생일에 선물도 못 받은 거 있지. 그래서 남자친구랑 냉전중이야. 맞다 맞다. 우리 과에 cc가 있는데 남자 친구가 다른 과 애랑 밥 먹다가 딱 걸려서 둘이 헤어졌데....” “다른 애들 연애 사 말고 너는 아직 남자 친구도 없어? 미팅이라도 해봐”요즘 ‘누가 촌스럽게 미팅을 해’오래 간만에 참새처럼 짹짹짹 쫑알대는 딸의 수다. 동기들은 다 예쁜 옷 입는데 자기만 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며 이야기 마지막은 결국 용돈 인상으로 끝났습니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자기에게 사주기로 한 점퍼는 아직 입을 만하니 딸 옷이나 사주라고 합니다. 딸에게 예쁜 가을 원피스 하나 사 입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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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4 Sep 2023 - 7731 - 2023/09/24 <청설모와 알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가끔씩 시간이 날 적엔 퇴직한 남편과 집 근처 산에 올라 산책을 즐기곤 하는데, 매미 소리가 세차게 울어대던 산길에 어느새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가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산길엔 정겨운 도토리가 알밤이 영글어서 하나, 둘 떨어져 있고 그런가 하면 바람결에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을 보면서 어느새 우리 곁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한참을 걷노라니, 나무 위에 쌩하니 달려가는 까만 청설모 한 마리가 보입니다. 입엔 알밤 한 개를 물고, 나무 가지 위를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모습이 신기해 동영상으로 찍었습니다. 며칠 전 가을비가 내린 새벽녘에, 비가 그친 공원에 나가보니 새벽하늘에 달님이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새벽별도 떠 있더라고요. 얼마 전 슈퍼 블루문이 뜬다기에, 온 동네를 헤매고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14년 후에나 볼 수 있다고 해서 더 더욱 추억의 한 장면으로 간직했네요. 가을이 영글어 가는 시간들. 잘 익은 포도를 입에 무니 "아~ 정말 달콤하다." .. 가을 햇빛에 잘 영근 노란 호박으로 호박죽을 쑤어 가족들 건강식으로 챙겨 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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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4 Sep 2023 - 7730 - 2023/09/22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또 맏딸이 다녀간 모양입니다. 지저분하던 집이 깔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고 냉장고에도 혹시나 하고 아껴둔 반찬들이 싸그리 버려져 냉장고가 깨끗이 된 걸 보니.. 딸은 아픈 시부모 모시랴 회사 다니랴 세 아이 엄마까지 그것도 모자라 옆에 사는 혼자인 저 까지 챙기느라 힘듭니다. 두 아들은 멀리서 가끔 한번 씩 들르니까 저도 모르게 가까이 있는 딸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딸이 어쩌다 바쁜 시간을 쪼개 집에 와 점심을 먹고 갈 때가 있는데 그때도 해 주는 밥 먹고 쉬다 가면 될 것을 밥을 먹자마자 설거지하고 냉장고 정리까지 하고 종종걸음으로 갑니다. 그냥 가라고 해도 “내가 하고 가면 엄마가 편하잖아. 그리고 엄마보단 아직 내가 힘이 있으니 덜 힘들어”라며 웃습니다. 제가 딸이 둘인데 둘째딸은 또 다릅니다. 둘이 같이 올 때면 큰 딸이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집안일 하면서 작은딸에게 한마디 합니다“넌 엄마 힘든데 집에 오면 치워주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언니가 안하면 나도 해. 근데 언니가 워낙에 성격이 급하니까 내가 할 시간을 안주는 거야.”그렇습니다. 큰 딸은 성격이 급하고 깔끔해서 모든 것을 해 놓고 쉬는 편이고 작은 딸은 느긋해서 다음에 하면 되지 뭐 라고 편히 생각하니 일을 하는 건 항상 큰딸입니다. ‘엄마 난 하나도 힘 안 들어. 내가 가장 힘든 건 엄마가 아픈 거니까 아프지만 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하고 아껴서 자식들 주지 말고 그냥 다 먹어. 우리는 좋은 거 엄마보다 먹을 날 많거든”하는 큰딸. 무더위 지나고 둘만의 여행을 예약해 두었다고 열심히 걸으면서 다리에 힘을 길러두라고 합니다. 엄마와 같이 여행 다닐 날이 많지 않을 테니 추억을 많이 만들어 두어야 한다고 한다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마음이 찡했습니다. 맏딸은 살림밑천 이라는 예전 어른들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싶습니다. 이런 맏딸을 위해서라도 아끼지 말고 몸에 좋은 거 먹고 즐겁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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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4 Sep 2023 - 7729 - 2023/09/23 <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냐>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냐?’
내가 집에 들어섰다 하면 어머니는,
대답 따위는 기다릴 것 없이 부엌으로 향했다
빵이나 떡은 군것질일 뿐,
끼니만은 밥이라고 고집하였다
어머니, 성산동에 살던 때가 생각납니다
모래내 시장에서 김칫거리를 사들고서 걸어오던 일
걷다가 쉬고 쉬다가 걸으며 어머니를 부려 기운 빼던 일
철로를 건너 골목 끝에 대영약국이 있지요, 거기까지면 다 온 거지요
지금은 거기도 마을버스가 생겼겠지만
택시는 언감생심 타지 못하던
그때가 지금에야 사무칩니다
돌절구에 고추 갈고 마늘을 찧어
풋김치 색깔 곱게 버무리던 어머니
밥이 보약이니라, 입맛 좋을 때 먹어라
사시사철 밥걱정에 편할 틈이 없더니
밥은 어머니의 오지랖, 어머니의 진리, 어머니의 사서삼경,
어머니의 규율, 어머니의 성경말씀, 어머니의 유언
어머니, 저도
자식들 밥걱정에 동당거리며 삽니다
밥은 먹었니? 더 먹으렴
유전하는 노래하나 뼛속에 익혀
아침저녁 힘을 주어 불러댑니다
밥 먹어라, 밥 먹어라 외쳐댑니다
어머니가 제 안에서 걱정하는 겁니다
이향아 시인의 <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냐>
안부 전화를 하면,
가장 먼저 “밥은 먹었어?”하고 묻던 엄마.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늘 대수롭잖게 여겼지만,
힘들 때나 슬플 때나, 지금껏 그 밥심으로 살지요.
지친 마음을 토닥여 주던 엄마의 밥상,
밥으로 전한 엄마의 깊은 사랑이 고픈 저녁입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Sun, 24 Sep 2023 - 7728 - 2023/09/22 <흔들리는 것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나희덕 시인의 <흔들리는 것들>
하찮아 보이는 생명이라 할지라도
각각 나름의 삶의 무게가 있을 겁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리면서도
제 자릴 지키는 생명들처럼
함부로 쓰러지지 않기로 해요.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단단한 심지를 지닌 우리니까.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Sun, 24 Sep 2023 - 7727 - 2023/09/24 <저녁을 거닐다>Sun, 24 Sep 2023
- 7726 - 2023/09/21 <여린 것들에 대한 연민>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그 할머니를 알게 된 것은 소읍에 내려와 얼마 지나지 않았던 2년 전이었습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점심때, 협력업체의 소장이 맛있는 집이 있다고 해서 그 할머니 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방으로 안내 되었고 잠시 후 할머니가 시키기도 전에 사람 수 데로 칼국수와 파전과 한 주전자의 막걸리와 들어 왔습니다. 그건데 먹어도 먹어도 칼국수는 나 보이고 채 썬 감자와 호박과 부추만 입 안 가득, 그리고 드디어 국수, 바닥에 깔려 있던 쫀득쫀득하고 삐뚤뺴뚤하게 잘린 칼국수가 양념장에서 배어 입 안 가득 펴져옵니다. 그 이후로 나는 한 주일에도 여러 차례 할머니 집에 드나들었습니다. 어느 비가 와 현장작업이 일찍 끝난 날, 그 집에 들어서며 “할머니 밥 좀 얻어먹으러 왔어요.” 그러자 할머니 “그러시게나. 숫 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지. 큼직하게 썬 돼지호박에 새우젓을 잔뜩 넣어 간을 한 이른바 젓국, 그리고 그 지역에서 많이 잡힌다는 깡치젓을 찐 것. 은근한 맛이 참 좋았습니다. 나는 휴일이나 비가 내리면 현장 기술자들에게 부탁해 할머니 집의 새는 지붕이나 깨진 서까래, 틀어진 창문과 벽 등을 수리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올 봄부터 할머니가 가끔씩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난 서울 아들집으로 가네..’하시는 할머니 손을 슬그머니 잡아 보니 그 손은 마치 보리 껍질처럼 거칠고 거북 등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그게 그 할머니와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이제 그 소읍에서의 공사를 마치고 해단 식을 했습니다. 늦은 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잔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는데 2년 여의 생활이 중첩된 산 그림자의 실루엣처럼 다가옵니다. 나는 할머니가 어디로 갈지 알고 있습니다. 할머니 손이 거북등처럼 공들여 번 돈으로 사준 도회지의 아들과 딸의 아파트로는 가지 못 한다는 걸..어느 도시 변두리의 요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나도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렇게 했으니까... 그리고..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사치스런 연민은 그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노라고 내 스스로를 위안하는 구차한 강변이라는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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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21 Sep 2023 - 7725 - 2023/09/21 <중년의 가을>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바람이
무심히 지나가면
어느새
인생도 쓸쓸한 가을
중년의 길목에서 가슴 울린다
날마다 우체국
문 열고 들어서듯
나도 글을 써
누군가의 가슴을 열고
조금씩 조금씩 들어서고 싶다
거울 앞에 서면
세월이
씁쓸히 웃고 있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과 그리움이 맴돈다.
숲길을 산책하다
풀숲에 숨은 밤알을 줍듯,
진주처럼 빛나는
그리움 하나 줍고 싶다
오석주 시인의 <중년의 가을>
가을은 살아온 날들을
한 번쯤 뒤돌아보게 되는 계절.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은 온통 그리움으로 물들어 갑니다.
이제 단풍이 붉어지면
그리움도 점점 짙어만 갈 테죠.
단풍이 질 무렵엔 그리움 하나, 줍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픈 그런 그리움을 말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hu, 21 Sep 2023 - 7724 - 2023/09/20 <아들 녀석이 하는 말>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엄마 교감 때문에 힘들어
학교 그만두고 싶어 했더니
교감을 곶감이라 생각하고
먹어 버려
푸하하
어느 날 또
교장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사표 내고 싶어 했더니
교장을 육개장이라 생각하고
먹어 버려
푸하하하
스트레스 날리는 덴
역시 우리 아들이 최고야
채지원 시인의 <아들 녀석이 하는 말>
고민되는 일일수록 쉽게 쉽게.
힘든 사람을 만나면 좋게 좋게.
붙잡고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으니까
이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내버려 두고,
에잇~ 모르겠다. 어찌 되겠지~하고
시간에 맡겨 두는 겁니다.
그런다고 갑작스레 상황이 바뀌진 않겠지만,
그사이 한 뼘 더 자라날 내 마음을 믿어보는 거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Wed, 20 Sep 2023 - 7723 - 2023/09/19 <갈림길>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숨 가쁘게 쫓기듯 달려 온 길
고개 중턱에 서서 뒤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바뀐 인생 뒤안길
어디서부터 잘못 접어 들었을까
마음 내키며 걸어온 길은 턱 없이 짧았다
지금 돌아가기엔 너무 멀고 아득하다
오후 중턱에 걸친 햇살 보며 생각 고쳐본다
그래! 이제부터는 내 맘대로 걸어 가보자
그래야 내 삶에 덜 미안할 거니까
마음에 숨은 또 다른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길 당당히 걷자
손가락질 비아냥거림 무시해 버리고
서석노 시인의 <갈림길>
여태 누군가를 위한 길을 걸어왔다면
다음 갈림길에선 나만 생각해봐요.
단 한 번 주어진 인생이잖아요.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하고픈 대로 한 번쯤은 살아보는 거예요.
먼 훗날 돌아봤을 때 나에게 미안해지지 않게.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Wed, 20 Sep 2023 - 7722 - 2023/09/19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회사에 입사한지 10년을 넘었는데 회사가 김포로 이사를 하게 되어 남양주에서 김포까지 너무 멀어 저는 따라 갈수 없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던 날, 대표님과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대표님은 우리 시어머님께도 인사오실 정도로 그렇게 가깝게 지냈는데.. 그렇게 서운해 있던 차에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건물 관리실 부장님이라며‘저희와 함께 일할 생각이 없으신지요? 사무실에서 하는일이라 컴퓨터 작업 조금하시는 일과 청소 일이 다입니다. 워낙 일을 잘 하신다고 들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는 흔쾌히 허락을 하고 8월16일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60이 넘었는데 이렇게 채용을 해주니 감사하지요. 그렇게 직원 6명이서 같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찍 출근해 사무실 청소를 하고 일을 시작하고, 제가 들어오고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종이컵을 사용하기에 머그컵에 이름을 써 놓고 일회용은 사용 하지 말자했습니다. 종량제 봉투도 한 달에 한 장이면 될 것 같다고 했고요. 그리고 전기불도 사무실에 사람이 없으면 전기를 끄는 게 좋겠다 했습니다. 모두들 첨에는 의아해 하셨는데 지금은 사무실에 모든 것을 아끼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이젠 조금 쉬지, 또 일 나가냐 하지만 노는 것보다 월급은 적어도 일 할 수 있다는 것 만해도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몇 년을 일 할지 모르지만 열심히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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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20 Sep 2023 - 7721 - 2023/09/20 <생일은 또 돌아오는데 뭘>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팔순의 언니 생일 날, 언니가 좋아하는 케잌을 사 들고 갔습니다. 달달한 과자나 케잌을 좋아하는 언니는 늘 조용하고 자기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살았습니다. 딸 많은 집 맏이로, 동생들의 잘못도 다 언니가 뒤집어쓰는데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참아낸 우리언니. 결혼 하고서도 당신네 자식들과 남편에게 희생하느라 입을 꾹 다물고 답답하게 사는 언니가 안쓰러워서 ‘언니, 며칠만이라도 여행 좀 다녀오지.’라고 하면 역시 입을 다문 채 눈을 크게 뜨고 ‘말도 안 돼’라는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이제 언니만의 삶도 살아봐. 친구와 여행도 다니고, 맛난 것도 먹으러 다니고, 아이들 다 컸고 형부도 혼자서도 며칠은 언니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어. 그러니 친구 없으면 나랑 둘이서 여행가자.’라고 했더니 언니는 말없이 머리를 옆으로 흔듭니다. ‘언니는 집안에서 식구들 거두는 게 그게 좋아?’언니에게 퍼 부으며 나는 눈물까지 글썽였습니다. "나는 이게 편해. 내가 편하면 그게 행복이지 뭐. 식구들 나 때문에 편하면 그게 보람이고 내 행복이고...” 라고 하는 언니를 보고 답답해서 돌아서서 나온 뒤 언니와 전화도 안하고 언니 집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언니의 팔순 생일이라 언니가 좋아하는 달콤한 초코 케잌을 사 들고 갔더니 언니는 역시 "내 생일이 뭔 대수라고 이런데 돈을 쓰냐.”합니다. 참말로 언니가 너무 답답했는데 언니의 성격을 알고 아무도 언니 생일을 챙기지 않은 게 더 화가 나고 섭섭했습니다. ‘언니 여태껏 자식 잘 키우고 남편에게 현모양처로 살았어도 이게 뭐야? 언니 팔순 생일을 아무도 모른다니 이게 말이나 돼?’ 하며 울먹이니 언니가 말합니다. ‘생일은 내년에도, 그 다음에도 돌아오는데 뭘.’ 합니다. 바보 같은 우리 언니 어쩌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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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20 Sep 2023 - 7720 - 2023/09/18 <좋은 때>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언제가 좋은 때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이 좋은 때라고
대답하겠다
언제나 지금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햇빛이 쨍한 날 가운데 한 날
언제나 지금은
꽃이 피거나
꽃이 지거나
새가 우는 날 가운데 한 날
더구나 내 앞에
웃고 있는 사람 하나
네가 있지 않느냐
나태주 시인의 <좋은 때>
누가 살면서 좋았던 때가 언제였냐고 물어오면
생각하거나, 기억을 떠올리지 말아요.
지나간 추억을 묻는 게 아니라,
나만큼 너도 행복한 거냐고 묻는 거니까.
너로 인해 모든 날이 행복한 지금이라고,
너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가장 좋다는,
바로 그 말이 듣고 싶은 거니까.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on, 18 Sep 2023 - 7719 - 2023/09/18 <여름과 선풍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항상 이 맘 때면 아내와 함께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선풍기 청소와 정리. 해가 갈수록 더워지고 길어지는 듯 한 여름.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는 잠시라도 버틸 수 없는 더위에 선풍기는 에어컨보다 더 고단한 여름을 보냈죠. 전기료 때문에 하루 종일 에어컨을 돌릴 수 없기에 그 빈자리는 늘 선풍기가 대신하게 됩니다. 요즘은 3엽에서 4엽 5엽 등 날개 수도 다양하고, 에어 서큘레이터로 자연풍에 가까운 바람에, 회전도 좌우가 아니라 상하까지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풍기 덕에 여름 더위를 그나마 이길 수 있는 듯합니다. 우리 집에는 총 4대의 선풍기가 있습니다. 안방에 한 대, 거실에 한 대, 아이 방에 한 대, 그리고 옷 방에 한 대. 처음에는 2대의 선풍기가 있었지만 불볕더위에 그때그때 선풍기를 옮기기가 힘들어 방마다 선풍기를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올 여름에는 특히나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24시간 선풍기를 돌린 날도 많앗습니다. 또 장마에 비도 많이 와서 옷 방에 제습기와 함께 선풍기를 돌려 옷장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했습니다. 이렇게 5월말부터 9월말까지 무려 4달 가까이 고생하며 우리 집 더위를 식혀준 선풍기. 고장 한번 나지 않고 시원한 바람을 안겨준 선풍기가 고마워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아내와 하루 날 잡아 선풍기를 목욕시켜 줍니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고 선풍기 망부터 날개, 모터가 있는 뒤 커버까지 조심조심 분해해서 물로 깨끗하게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드라이기로 완전 건조까지 시켜줍니다. 그리고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커다란 비닐로 선풍기를 씌워 꽁꽁 묶어 베란다 창고에 정리하면 마무리가 됩니다. 올해도 이렇게 선풍기 정리를 하다 보니 정말 여름이 가고 가을이 다가옴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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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18 Sep 2023 - 7718 - 2023/09/16 <저녁을 거닐다>Sun, 17 Sep 2023
- 7717 - 2023/09/15 <사라져가는 기억의 끝을 붙잡고..>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올해로 95세이신 할아버지와 88세이신 할머니. 작년 초까지만 해도 두 분 같이 사셨는데 깜빡거리는 증상이 심해지셔서 결국 작년 4월부터 요양병원에 가시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각별히 지낸 저는 수시로 반찬을 만들어 드리고 과자나 과일을 가져다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님이 요양병원에 가신지 4개월쯤 지났을 무렵부터 저를 잘 못 알아보십니다. 제 이름을 몇 번이고 반복해 말씀드리면 한참 지나서 기억 하실 때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기억을 못하시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할머니는 예전에 늘 저에게 "애도 커 가는데 작은 집이라도 마련해야지." 귀가 닳도록 말씀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결혼 8년 만에 집을 마련하게 되어 할머니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무표정으로 "응." 하시더라고요. 면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얼마 뒤 요양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할머님이 어지럼증이 심해져 신경과 치료를 받으러 외부 병원에 가야 하니 보호자가 동행해서 다녀오라고요. 제 차를 몰고 부모님과 함께 할머니를 모시러 갔더니 그 날은 이름을 말씀드리니 저를 알아보셨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와 함께 신경과 진료를 보고 다시 요양병원에 모셔드리는데 할머님이 은행에 잠깐 들르자고 하십니다. ‘은행은 왜 가시려고요’ 하니 "지선이가 집 샀잖아.. 내가 냉장고 값이라도 보태주고 싶어서." 하십니다. 제가 집 사면 주려고 2년간 모으셨다는 120만원을 그 자리에서 저에게 주시며 "내가 너한테 주는 마지막 용돈이라 생각하거라." 하시는데 저는 눈물이 핑 돌아서 할머니를 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지금도 할머니는 저를 못 알아보시는 날이 더 많으십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사랑은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할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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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17 Sep 2023 - 7716 - 2023/09/15 <할머니와 문학>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게 남은 할머니의 목소리 중에
제일 오래된 것은
일테면 매우 문학적이었다
맑은 날도 그렇지만 특히 비 오는 날
사방이 어두워지는 저물녘이면
할머니가 말하곤 했다
-벌써 어둡구나, 아니고, 저릿해.
저릿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그때는 정확히 몰랐지만
학교 도서관을 드나들며 문학책을
한창 많이 읽던 때라서였을까?
“어둡다”와 “저릿하다” 사이의 연관성이
어쩐지 퍽 문학적이라는,
그런 알쏭달쏭한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비 오는 날 어두워질 무렵이면
가끔 할머니 생각이 난다
저릿하게 어두운 하루의
어떤 무릎을 지나
아침은 오는 거겠지, 싶은 마음이 든다
김선우 시인의 <할머니와 문학>
해거름 무렵이면 저릿해져 온다던 어른들의 말,
저릿한 것이 무릎인지, 한 많은 세월이었는지,
어딘가에서 잃은 마음인지, 늘 아리송했었는데,
이젠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슬퍼도, 기뻐도 눈물이 나는 것처럼
세상을 알면 알수록 모든 순간 가슴이 저려온다는 걸.
다름 아닌 삶이 저릿하단 말이었다는 걸 말이지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Sun, 17 Sep 2023 - 7715 - 2023/09/16 <사랑합니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스피노자는 말했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그렇다면 누군가 소심한 내게 "만약, 내일 죽어야 한다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소심한 성격의 저는 우물쭈물 망설이다 아마도 '내가 제일 미워한 사람한테 찾아가 시원하게 퍼부어야지 하는 마음과, 돈 꿔준 사람한테 빨리 돈 갚으라고 독촉장을 보내고 싶은 마음과 싸우겠지요. 그러다가 아니지, 내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구경 못 한 게 얼마나 많은데... 그 중에 한 곳을 골라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 하는 마음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다 '그게 다는 아니지...' 하면서 퇴근하는 남편에게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말을 계속해 주어야 하는데 내일이 내가 죽는 날이라면 그 말이 쉽게 나오긴 할까? 의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그 의문 속에서도 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아름다운 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를 나를 위해 끝없이 걱정해주시는 부모님, 나의 형제자매들, 그리고 친구들, 나의 이웃들에게 해 준다면 내가 가야 할 그 길 위에서의 발걸음이 한결 행복한 마음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은 "나는 두 가지 면에서 바보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을 하기 때문에" 라고 말했습니다. 하여 나는 더 늦기 전에 오늘부터 사랑의 바보가 되고자 합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시작해 나의 남편. 내 가족들. 나의 형제들. 그리고 친구들...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내가 큰 소리로 외치며 살고자 합니다. 그러면 저 하늘에 계시는 부모님에게도 쉽게 그 마음이 전달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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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17 Sep 2023 - 7714 - 2023/09/17 <그럴 수 있어>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친정아버지는 불같이 급한 성격으로 호랑이 같으시고 친정어머니는 세상 급할 일 없는 천하태평 거북이십니다. 저는 아버지를 닮아 좋게 말하면 엄청 부지런하지만 뭐든 빨리빨리 해치워야 직성이 풀려 잘 다치기 일쑤입니다. 그러던 아지 매가 오십 중반이 되고 보니 영 딴사람이 되어갑니다. 너그러워진다고 할까요. 마음이 태평양 같아집니다. 이런 자신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그리 싫지는 않네요. 학교 행정 실에 근무하는데 방학 중에는 학생들처럼 쉽니다. 개학날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버스에 탔는데 조용하던 버스 안이 웅성웅성 기사님 쪽을 모두 쳐다봅니다. 승객 한분이 "기사님! 이 길이 아닌데요?" 버스기사님이 급 당황 어쩔 줄을 몰라 하십니다. "아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까지 58번 만 운행하다 오늘 59번 버스를 몰게 되어서 노선이 헷갈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목적지까지 늦지 않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좀 황당했지만 금 새 '그래 그럴 수 있지. 젊은 기사님이 얼마나 놀랐을까. 우리 습관은 몸이 기억하는 건 당연한 거지. 나도 그럴 때가 얼마나 많은데.' 긴 방학 쉬고 개학날 출근하면 은근 뻘쭘 하지요. 개학 이튿날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께 실장님이행정 실 직원들 소개를 하십니다. "공사계약담당 과장이고요. 급여담당 이계장님이고요 그리고 특수행정실무 이???" 제 이름을 기억 못해 당황하십니다. 그러자 제가 눈치를 채고 환하게 웃으며 셀프소개를 마쳤습니다. 아무리 방학에 후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름도 기억 못하시는지 너무 하시네 참말로.' 하지만 금 새 '그래 그럴 수 있지
. 나도 실장님 연세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걸?' 이렇게 일상 속에서 여유로운 마음을 지니게 되니 어떤 일도 화날 일이 없습니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씀씀이로 살다보니 결국 행복해지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저라는 것을 나이 들어가며 배우고 깨달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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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17 Sep 2023 - 7713 - 2023/09/16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삶은 왜
내가 던진 돌멩이가 아니라
그것이 일으킨 물무늬로서 오는 것이며
한줄기 빛이 아니라
그 그림자로서 오는 것일까
왜 거스름돈으로서 주어지는 것일까
거슬러 받은 오늘 하루,
몇 개의 동전이 주머니에서 쩔렁거린다
종소리처럼 아프게 나를 깨우며
삶을 받은 것은
무언가 지불했기 때문이다
나희덕 시인의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온 힘을 다 쏟아부으며 최선을 다해도
차고 넘치는 날이 있는가 하면,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날도 있지요.
근데 아무리 고민해도 정답을 찾을 순 없어요.
그러니 너무 스스로를 다그치지 말아요.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고,
엎치락뒤치락하며 균형을 맞춰 가는 게
바로 삶일 테니 말예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Sun, 17 Sep 2023 - 7712 - 2023/09/14 <언니의 따듯한 큰 손>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지난주 친정엄마가 계신 요양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막내오빠랑 새언니, 우리 부부 그렇게 넷이 출발을 했고, 큰오빠 내외도 올라와서 다 함께 만났습니다. 출발 전에 시골에 계신 큰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언니가 청양 고추나 오이, 가지 같은 거 필요 하냐고 묻는다고...“오빠랑 언니가 농사지은 싱싱한 채소들 먹으면 저야 너무 감사하지요. 근데 오빠! 언니가 따지 말고, 오빠가 조금씩만 따서 가져다주세요.”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 엄마를 면회하고 마음 무겁고, 울적한데 큰오빠랑 언니가 차로 우리를 이끕니다. 차에 다가간 순간 입이 떠억 벌어집니다. 차 트렁크는 물론이고 뒷좌석에 까지 그득하게 채워진 야채 보따리들. 연한 깻잎 순이 사과박스에 가득하다 못해 꽉 눌러서 담아져 있고, 가지도 한 아름, 오이도 숫자 세기 벅차게 많네요. 집에 가면서 먹으라고 쪄 온 따끈한 옥수수도 어지나 많은지... 깻잎이나 가지 같은 것은 말려서 두고두고 먹어도 되고, 호박도 많으면 먹기 좋게 잘라서 냉동시켜 먹으라고 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언니가 챙겨온 맛있는 먹 거리를 차에 옮겨 실었습니다. 울 언니가 시집왔을 때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6남매의 장남한테 시집 와서 농사일에 바다 일까지 고생 많이 했는데 이젠 아픈 우리 엄마를 대신해서 친정엄마 역할까지 하느라 더 힘드신 것 같아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언니는 해마다, 먹거리들을 택배로 보내줍니다. 언니 덕분에 맛난 나물들, 밑반찬들도 풍성한 식탁이 차려집니다. 정말이지 제 마음도 우리 집 냉장고도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오빠와 언니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오래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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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4 Sep 2023 - 7711 - 2023/09/14 <낙법>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내가 당신에게 배운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낙법이었다
당신이 당신의 생애 전체를 기울여
나를 메치고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어두운 골목길에 쓰러뜨리고
벼랑 아래로 힘껏 떠밀어버린 것도
결국은 나에게 낙법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넘어지면 넘어지면 되고
쓰러지면 쓰러지면 된다는 것을
새가 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것처럼
기차를 타면 기차에 나를 맡기는 것처럼
넘어지면 넘어진 곳에
쓰러지면 쓰러진 곳에 나를 맡기면 된다는 것을
진실로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넘어져도 제대로 넘어지는 법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데에
내 존재를 다하여
나는 가난한 당신의 사랑이 필요했다
정호승 시인의 <낙법>
넘어져야 바닥을 딛고 설 수 있고
바닥에 닿아야 치고 올라올 수 있어요.
사람을 잃어봐야 믿는 법을 알게 되고
사랑을 놓치고 나면 고마움을 깨닫게 되죠.
그래서 일어서는 법이 아니라 낙법을 알아야 해요.
그것도 아주 잘 넘어지는 방법을 말이지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hu, 14 Sep 2023 - 7710 - 2023/09/13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오래되다 보니 여기저기 손봐야 할 곳이 많았습니다. 안방 화장실에 물이 샌다고 아래층에서 얘기를 해 수리했고, 베란다는 전에 살던 분이 화분이 많아 타일 색이 바래 고 틈새가 보기 흉해 덧씌우는 작업을 해 깨끗하게 변화를 주었습니다..1년 전. 코로나로 집 콕 하면서 지내는데 부엌 싱크대 문이 틀어졌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집 전체 리 모델링을 하면 좋겠지만 짐을 옮기고 가족들이 밖에서 잠을 자야해 엄두가 안 나서 부엌만 리모델링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홈쇼핑에서 부엌 리모델링하는 상품이 있어서 견적을 받고 공사를 날짜를 정했습니다. 공사 전날 그릇을 다른 장소로 옮기고 다음 날 업자들이 와서 집안 구석구석에 비닐을 씌워 분진 차단막을 설치하고 뜯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틀째 날은 설치공사를 하고 저녁 무렵에는 공사는 끝났습니다. 하자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연락해달라며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 업체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부엌 싱크대 교체 공사 하셨지요.?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돈 천 원도 뽑힌 적이 없는데... 폰에 저장된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정말 상품권 주는 거 맞느냐고 물어 보니 맞다 고 하네요." 며칠 후 상품권이 도착해 형제들한테 지인들한테 자랑을 하니 다들 한턱 쏘라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조금 폼 나게 쓰고 싶어 시골 부모님께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시골 내려가니 시어머님이 며느리가 상품권 당첨되었는데 안 쓰고 시애미에게 보내 주었다고 자랑하고 다니셨답니다. 이 가을에 모든 분들에게도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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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13 Sep 2023 - 7709 - 2023/09/13 <메밀국죽>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서너숟가락씩
덜어줄 때마다 국물은
도란도란 깊고 시원해진다
나눠 먹던 내력 때문이다
밥 굶는 일 이웃이 모르도록
빈 솥 끓여 굴뚝 연기 피우던 먼 기억까지
국물 맛이 잇대어졌기 때문이다
밥 먹는 소리 담장을 넘지 않도록
나무 숟가락을 쓰던 서러운 얘기가
콧등을 친다 건네주고 남은 것만이
정선 메밀국죽이 된다 메밀 한톨
한톨이 끌어안고 있던 작은 상처를 마신다
후룩후룩 서러움으로 몸을 녹인다
조금씩 좋은 사람이 된다
이정록 시인의 <메밀국죽>
음식에 대한 기억은
가슴에 새겨진 지문과도 같아서
지우고 싶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아요.
그래선지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쳐다보기도 싫었던 음식이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생각납니다.
그건 맛보다도 추억,
콩 한 쪽도 나누려던 마음,
시린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그때의 따스한 정이 그리운 것이겠지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Wed, 13 Sep 2023 - 7708 - 2023/09/12 <꿈은 이루어진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희 부부는 결혼 7년차입니다. 대도시에서 자랐던 아내와 저는 경북의 소도시에서 30년 된 복도식 아파트 제일 끝집에 전세를 얻어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밤이면 아랫집 싸우는 소리, 윗집에서 쿵쾅대는 소리, 옆집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까지.. 마침, 전세 만기가 될 무렵 아내의 고향인 대도시로 이직할 기회가 생긴 저는 이 때가 기회다 싶어 집주인에게 전세기한 까지만 지내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준비된 몫 돈이 없다며 다음 세입자를 구할 때 까지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저희는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기만을 밤낮으로 기도했고 다행히 전세기한을 20일 앞두고 다음 세입자가 구해져서 이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할 집을 알아보는데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나 복도식 말고 2집만 있는 그런 아파트에 살고 싶어. "아내의 의견에 맞춰 그간 알뜰히 모은 2천 만 원과 전세보증금, 그리고 전세금 대출로 25년 정도 된 아파트 전세를 찾게 되었습니다. 13집이 연결된 복도식 아파트 끝집에 살다가 딱 1집만 마주하는 아파트에 오니 마치 천국 같았습니다. 늘 조용하고 거실 창밖으로는 강변 뷰도 보였습니다. 이웃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셨고 집주인도 너무 좋은 분이라 5년 동안 살면서 전세금도 1원 한 푼 올리지 않으셨습니다. 전세로 5년간 살면서 저희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꾸었습니다. 마침 직장도 또 한 번 이직하게 되어 아내의 친정 가까운 곳에 집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문득 연애시절 제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자기야, 우리도 결혼하면 이 아파트처럼 고층아파트에 지하철도 가까운 곳이면 너무 좋겠다." 근데 어느덧 그 꿈을 이룬 것입니다. 이사 온 첫 날 가슴이 너무 뛰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 달 동안은 등기부등본 부동산 명의에 찍힌 저희 부부 이름을 보며 매일 웃음 지었답니다. 맞아요. "꿈은 이루어 진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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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12 Sep 2023 - 7707 - 2023/09/12 <어제보다 조금 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제보다 더 젊어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해질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많이 가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눌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강해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더 지혜로울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가까이 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생각할 수는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어제보다 조금만 더
이문재 시인의 <어제보다 조금 더>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노력하면 미래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인생의 방향은 언제든 바꿀 수 있어요.
그러니 마음은 넓게, 삶은 깊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 가요.
그리고 어제보다 조금만 더,
매일매일 조금씩 행복해지기로 해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Tue, 12 Sep 2023 - 7706 - 2023/09/11 <겉돌지 않을래>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사각형 종이
모서리 하나 접으면 오각형이 되지
하나 더 접으면 육각형이 되고
계속 접다 보면 모서리가 사라진 원이 되지
둥글게 살아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바로 그 원
살짝만 밀어도 데구루루 구르고
내리막을 만나면 가속도 붙어 질주하는
원 안을 잘 봐
수많은 모서리에 찔려 있지
얼마나 아프겠어
좀 덜컹거리면 어때
좀 느리면 어때
난 접지 않고 살 거야
착하다 착하다 부드러운 손길에 접힌 모서리들
다시 펴며 살 거야
내가 외로웠던 건
원과 원으로 만나려 했기 때문이었어
더 이상 겉돌지 않을래
기지개 켜듯 모서리 펴고
마음 가는 곳에 콕 박혀 살래
이장근 시인의 <겉돌지 않을래>
적당히 둥글게, 때론 모나도 되는데,
둥글둥글 착하게 사느라 입은
마음의 상처들이 얼마나 많은지.
착해도 싫은 건 싫고 아닌 건 아닌 거예요.
착하다고 내 마음을 버려두란 건 아니니까.
이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면서
착한 사람보단 좋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on, 11 Sep 2023 - 7705 - 2023/09/11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강원도 고성, 화진포 바닷가를 다녀왔습니다. 문득 올 여름이 가기 전에 그리고 더 나이 들기 전에 물놀이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남편하고 떠났습니다. 이 곳 해수욕장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주 갔던 곳이라 친숙하고 반가운 곳입니다. 날씨도 좋고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도 쓰고 긴 팔, 긴 바지로 온 몸을 감추고 풍덩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나이도 잊고 어린아이처럼 물장구도 치고 수영도 하고 힘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즐겼습니다. 잠시 나와서 모래밭에 누워 하늘을 보니 어린 시절 여름날이 생각났습니다. 수영장도 없었고 그렇다고 여름에 해수욕장은 갈 형편도 아니었고 오로지 동네 냇물이 우리들의 수영장이자 해수욕장이었습니다, 여름이면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다 냇물로 모입니다. 물놀이 기구도 없으니 밭에서 오이나 가지, 참외, 토마토 등을 따 가지고 와서 물놀이 장난감으로 사용했습니다. 각자 따온 채소나 과일을 최대한 멀리 던져 놓고 누가 빨리 가서 잡는지 시합도 하고 물속에서 누가 오래 있는지 내기도 하면서 해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물놀이를 마치면 냇둑에 앉아 가지고 온 것들을 나눠 먹었습니다. 옷은 다 젖었고 물속에 오래 있다 보니 입술도 파래지고 손바닥도 쭈글쭈글...네 입술이 더 파랗다느니 네 손바닥이 더 쭈글 하다느니 서로 웃다보면 옷도 마르고 어느 새 하루해가 저물어 갔지요. 머릿속에는 그 시절 고향마을과 냇물, 친구들 모습은 사진을 보듯 선명한데 지금은 변해버린 고향마을,.. 저녁이 면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모습도 그립고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정겨운 목소리도 그립고 여름 밤 마당에 피우던 모기 불 냄새도 그립고 평상에 누워 엄마의 무릎을 베고 옛날 얘기를 듣던 그 때가 사무치게 그리운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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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11 Sep 2023 - 7704 - 2023/09/10 <동생들과 그리고 나>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 집 세 남매가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고향에 모였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밥 먹고 커피 마시러 카페에 들렀습니다. 서로의 일 때문에 이렇게 한꺼번에 다 모이지 못하는데 함께 모여 웃고 떠드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 카페를 나가면서 원두커피를 사 가려고 가격은 얼마인지 살펴보았습니다. 그것을 본 남동생은 ”누나들! 원두 몇 개 사가요. 내가 사줄게.“ 합니다. ”그래 고마워“ 그러고는 원두커피 봉지 뒤에 가격표를 보는데‘어머! 너무 비싸!’하면서 얼른 내려놓았습니다. 엄마는 ”좋은 것 골라봐. 동생이 사준다는데“ 하지만 나는 ”엄마 빨리 나가자! 우리 동네 가서 사자! “라고 엄마 손을 붙잡았습니다. 둘째 여동생은 원두커피를 두개를 골라서“난 이거 두개!”라면서 남동생에게 건 냈고 나는“ 나는 안 살게! 집에 원두 남았어!” 라고 했습니다. “커피원두 동네에서 파는 커피에 세배가격이야. 너무 비싸!”라고 하니 엄마는 “거봐! 네 큰누나가 이래!”라고 말씀하셨고, 남동생은“큰누나, 이것 생각해 봐봐. 보통 커피 200g이면 열잔 이상은 나올 거야. 전체 가격에서 열 잔을 나누기 해봐 그러면. 한잔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아”동생의 재빠른 셈에 나는 ”그런가? 난 너처럼 빠르게 계산이 안 되네.“ 둘째 여동생은 그런 나를 보면서 “언니는 동생이 사준다하는데 얼른 그냥 나처럼 집으면 되지! 생각이 너무 많아!”그러자 엄마가 “내 뱃속에서 나왔는데, 이렇게 셋이 다 다르니”하면서 크게 웃으셨습니다. 우리 삼남매, 각기 다른 성격에 어릴 때도 많이 티격태격하며 컸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또 이렇게 서로 다르게 살아가고 있네요. 내가 맏이로서 좀 더 마음이 넓어져야겠다.’마음 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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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10 Sep 2023 - 7703 - 2023/09/10 <저녁을 거닐다>Sun, 10 Sep 2023
- 7702 - 2023/09/08 <이사>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2년마다 이사를 합니다. 전세계약이 2년으로 되어 있어서 전세계약이 만료되면 어김없이 새로운 전세 집을 찾기 위해 찾아다녀야 하죠. 그런데 늘 돌아오는 2년. 한두 번도 아닌데 이번엔 정말 유독 힘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이고 둘째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엔 작은 마을이라 전세집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사람보단 나무가 많고 자동차 경적소리보단 새소리가 더 많은 곳입니다. 집을 나서면 공원이 펼쳐지고 걷기 좋아하는 제겐 그야말로 떠나지 않고 싶은 곳이죠. 그런데 이사를 한 달이 채 안 남은 때에 정말 기적처럼 전세 집을 구했습니다. 세상에 지금 살고 있는 이 마을도 저를 놓아줄 생각은 없었나 봅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사준비를 했습니다. 어찌 어찌 하다 보니 살림은 더 늘었네요. 언제 이렇게 많은 살림들이 쌓였는지...5톤이나 되는 큰 차량에 살림을 꾸역꾸역 넣어도 계속해서 작은 전세 집에선 끊임없이 살림들이 나옵니다. 이사짐 센터 직원 분들의 옷은 어느새 땀으로 얼룩이 집니다. 달려가 얼음물에 이온음료까지 드리며 저도 조금이나마 짊을 옮겨 보려 하는데 웃으시며 괜찮다고 합니다. 어느새 5톤 차엔 저의 세월의 흔적이 묻은 살림들이 다 들어차고 걸어서 2분 거리 뒷집으로 이사를 갑니다. 정든 집이여 안녕.. 이제 새로운 집에서 다시 힘차게 열심히 살아 2년 뒤, 전세가 아닌 내 집 장만이란 꿈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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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10 Sep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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